사회경제적 약자인 청년층에 주거 등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다수의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다만 초고령사회 도래와 함께 경제활동 중 고용 등의 문제에서 청년 우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 임계점에서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연령층을 중심으로 또 다른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년일보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청년연령상향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또 다른 불평등의 문제'....거세지는 청년연령확대 요구
(中) 청년 '가뭄' 현상에 지자체 '끌탕'···청년 연령 상향 추세
(下) 청년가장 등 다양한 상황…다양성 반영 기준 마련 관건
【 청년일보 】 청년정책을 둘러싼 세대 간, 세대 내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청년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청년들 사이에서는 일괄적인 청년의 기준에 따라 수혜 여부가 나뉘는 상황을 지적한다.
이에 정치권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기준 연령 상향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다른 청년의 기준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청년의 다층화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의 상향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대적 특수성 직면…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
지난 2021년 4월 국회입법처가 '청년기본법'의 의미와 향후 방향에 대해 연구한 '청년기본법 제정의 의의와 청년정책의 방향성 고찰'을 발표했다.
연구를 진행한 전경숙 평택대학교 교수는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청년세대가 아동과 노인 세대 등 다른 취약집단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며 "이는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청년을 시대적 특수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하며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와 최근의 산업구조 및 인구구조의 변화 등 시대적 특수성에 가장 크게 직면한 세대가 바로 청년층"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에 따라 경제적으로 양극화됐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종사자 월 평균 소득은 563만원으로 중소기업 종사자 평균 소득인 266만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소득은 전체 평균 소득인 333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 참여 현황과 취업성과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 취업한 청년은 40.6%에 불과했다.
이는 청년의 사회적 배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학설과 연구에 따르면 개인 또는 계층이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사회구조적 원인에 의해 참여기회가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을 사회적 배제라 한다.
또한 '시민권'의 개념에서 보면 "사회・경제・정치적 활동 전반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없거나 박탈되는 일련의 과정"이 사회적 배제에 해당한다.
이러한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전 교수는 "청년층의 사회적 배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개인적 특성과 청년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고용 및 사회보장정책을 기초로 양질의 청년정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후기 청소년의 탄생…사회적 청년 연령 상향
정부가 규정한 청년의 기준은 정책 방향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청년기본법'은 만 19~34세를, 청년 미취업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제정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대통령령에 따라 만 15~29세를,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만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한다.
법이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청년을 구분하는 반면, 사회학적 개념에서의 청년은 생애과정에서 겪는 어떤 사건이나 사회관계에 따라 규정된다.
이에 따르면 아동과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청년기라고 정의한다. 특히,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이행기로 독립·취업·직장생활·결혼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시기가 청년기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해 20대를 '후기 청소년'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청년 실업 증가와 늦은 노동시장 진입 연령, 이에 따른 결혼·출산 포기 등에 따라 청년에 해당하는 사회관계 형성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역시 지난 2015년 2월 발행한 이슈브리프를 통해 사회의 독립된 성인으로서 갖는 역할과 의무에서 유예 당한 20대를 후기 청소년으로 지칭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64.7%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인구 중 취업 의사를 가진 수를 의미한다. 즉, 전체 20대 중 35.3%는 취업을 포기했거나 다른 이유로 취업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취업 의사를 가진 20대 중 고용 상태에 있는 청년은 60.4%로 일을 하고 싶지만 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39.6%에 달했다.
◆ 청년가장·기혼청년 등…다양한 상황 반영 필요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수당과 구직활동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존재한다. 각기 다른 청년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일괄적 기준 때문에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A씨는 "부모님의 지원 없이 월세와 생활비를 유지해야 하기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 달에 나가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월 50만원 주는 청년수당 받자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청년일보에 전했다.
청년이 받을 수 있는 현금성 지원 중 하나인 '청년수당'은 미취업자이거나 주 30시간 이하 또는 3개월 이하의 단기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최저시급은 9천620원이며, 한 달을 4주로 간주하면 월 근로임금이 약 115만원 이상인 청년들은 받을 수 없다. 서울시 기준 청년수당은 월 50만원이며, 이마저도 6개월만 지급된다.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등의 자산 형성 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혼인 상태로 자신의 급여만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30대 초반 B씨는 "청년희망적금에 들고 싶었지만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보니 총급여가 기준보다 높아 지원할 수 없었다"면서 "아내와 내가 함께 살기에 필요한 비용을 무리해서라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 때문에 지원받을 수 없으니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고 청년일보에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청년정책이 사회초년생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결혼한 청년도 청년인데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