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일반의약품 '게보린' 정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오너 2세인 조규석 및 최지현 부사장이 2년만에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 본격적으로 회사 전반에 걸친 경영활동에 전면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들이 지난 2년간 부사장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삼진제약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그야말로 체면을 구겼다. 특히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난제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해소하고, 탁월한 경영행보로 다소 '구긴 체면'을 회복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삼진제약은 이달 1일부로 조규석 부사장(경영관리·생산 총괄)과 최지현 부사장(영업·마케팅 총괄)을 각각 사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조규석 사장과 최지현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들 창업주는 지난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한편 자녀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2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현 조규석 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남이며, 최지현 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녀다.
현재 삼진제약은 전문경영인인 최용주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오너 2세인 두 신임 사장들이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 최 사장과 호흡을 맞춰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 신임 사장들의 승진은 초고속으로 이뤄져 왔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은 지난 2015년 나란히 이사로 승진한 이래 2017년 상무로, 2019년 전무로 승진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해 말 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하는 등 2년마다 승진 행진을 이어왔다. 즉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 수익성 악화 등 경영일선에 '적신호'...지난해 3분기 실적도 '부진'
최근 삼진제약은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경영진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삼진제약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삼진제약 매출액은 2천740억원, 영업이익은 232억원, 당기순이익은 2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9.6%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6%, 22.9% 감소한 수치다.
올해 역시 이렇다할 경영성과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2천149억원, 영업이익 131억원, 당기순이익 115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5%, 5.0%씩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시설 투자 확대 및 원가 부담 증가 등이 수익성 악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악재에 또 악재"...지난해 의약품 퇴출만 3건에 달해
삼진제약은 실적부진과 함께 연이은 악재에도 시달렸다. 지난해의 경우 삼진제약은 시장에서 세번씩이나 자사 제품이 퇴출 당하는 등 망신을 당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1월 '옥시라세탐'에 이어 3월 '세프테졸나트륨'을 시장에서 퇴출 조치했다.
식약처는 '옥시라세탐'의 경우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혈관성 인지장애 증상 개선'에 대한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세프테졸나트륨' 역시 주사제도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신우신염 및 복잡성 요로감염에 사용하는 다른 항생제와 비교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조치에 삼진제약은 결국 자사 제품인 뉴라세탐정(옥시라세탐)과 세트라졸주사 3종(1g·2g·500mg)에 대해 생산 및 판매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8월에도 삼진제약이 생산하던 '날록손염산염' 주사제의 사용 중단하고, 다른 치료 의약품으로 대체하도록 권고하는 등 '의약품 정보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날록손염산염' 주사제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뇌신경장애' 효능·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날록손염산염 성분 주사제의 경우 국내에서는 삼진제약이 유일하게 세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악재는 또 불거졌다. 최근에는 의약품 제조업무 정지 조치를 받았다. 삼진제약은 이달 10일부터 1개월 동안 자사가 생산한 일부 품목(삼진니모디핀주10mg 외 24개 품목)에 이어 10일부터 15일 동안은 분말주사제의 제조 업무를 정지했다.
이는 약사법 제38조제1항,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48조제9호 등 위반으로 인한 행정처분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로 인해 삼진제약은 약 294억원 가량을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2022년 전체 매출액의 10.7%에 달하는 규모다.
삼진제약 측은 "행정처분은 처분기간 동안 제조업무 행위를 정지하는 것으로 영업 및 유통 업무는 유지된다"면서 "제조정지 일자 이전에 제조돼 출하된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 판매가 가능하기게 최대한 재고를 확보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연이은 악재에 주가도 '하락세'…삼진제약, 소액주주 불만 조짐에 "주가부양책 마련" 등 진화 고심
삼진제약의 자사 제품 퇴출 등 잇따른 악재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삼진제약의 최근 3년간 주가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6월 11일 기준 최고가인 3만500원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 3월 17일 기준 최저가인 1만9천990원을 기록했다. 불과 2년만에 주가가 52.58% 하락하는 등 곤두박칠 친 셈이다.
최저가인 1만9천990원은 최근 1년 기준 52주 신저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52주 신고가는 2만5천500원(2023년 1월 6일 기준)이었다.
지난 4일 기준 삼진제약의 종가는 전일 대비 1.15%(250원) 하락한 2만1천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세 경영에 나선 두 사장들에게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진화해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다.
이에 대해 삼진제약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도 주주들을 위한 주가 부양 정책을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다각화 추진과 연구개발, 생산시설 관련 투자확대로 이익이 다소 감소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수익성 향상을 꾀하기 위한 내실경영 및 전 사업부 부문에서의 성과 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