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 (일)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청년발언대] 플랫폼 노동의 공정성은 누가 결정하는가

 

【 청년일보 】 배달을 시키거나 택시를 호출할 때 우리는 ‘편리하다’는 말로 이 시스템을 소비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그 뒤에서 움직이는 배달원, 운전기사, 프리랜서 고객 상담자에게는 이 편리함이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더 이상 상사나 관리자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이제는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일하고 평가하며, 다음 일감을 배정한다. 말 그대로 앱이 그날의 하루 일정을 결정하는 시대다.

 

쿠팡플렉스에서 일하는 배송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선착순으로 배송 코스를 배정받는다. 하지만 이 코스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누군가는 엘리베이터가 잘 갖춰진 아파트 단지를 맡고, 어떤 이는 언덕이 많고 계단이 많은 주택가를 배정받는다. 동선은 제각각이고 날씨에 따라 고생의 정도는 더 심해진다. 심지어 ‘비 오는 날에 빌라 구역’과 같은 조합은 하루 수입이 똑같아도 노동 강도는 두세 배가 된다.

 

이 모든 것이 랜덤처럼 보이는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된다. 정작 무엇을 기준으로 배정되는지, 왜 이 구역을 맡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구조는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함을 볼 수 있다. Uber는 고객 평점과 기사 평점을 바탕으로 콜을 배정하는데 초기에는 단순히 ‘콜 수요공급’ 기반이었다가 점점 ‘고성과자 우선 배정’ 형태로 바뀌었다. 그 결과 일부 기사들은 고수익 구간과 시간대를 자주 배정받지만 신규 기사나 중하위 평점을 받은 기사들은 거의 콜을 받지 못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구조적 차별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운'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리즘이 기준을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어떤 일이든 공정하게 느껴지기 어렵다. 노동자가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면, 해당 시스템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은 지금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작업을 플랫폼화하고, 업무 지시와 평가를 알고리즘에 맡긴다. 실제로 콜센터 업무도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워커’ 형태로 외주화하며 자동 배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 응대는 물론 업무 시간, 대기 시간, 말투, 키워드 빈도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기계가 분석하고 점수를 매긴다.

 

물론 이 모든 시스템의 출발점은 '효율'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만으로는 사람을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처럼 항상 일정한 능률을 내지 않고 지역, 컨디션, 경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낸다. 알고리즘이 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일을 배정하면 겉보기엔 깔끔해 보여도 그 안에 쌓이는 피로와 불만은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이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영역이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지금, 우리는 ‘공정함’이라는 가치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배정은 개선 가능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이 설계한 시스템이라면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기술은 계속 빠르게 진화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우리 몫이다. 효율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누구보다 플랫폼이 먼저 증명해야 할 때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안윤하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