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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공급망 관리가 성패 가른다

 

【 청년일보 】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업계 전반의 생산능력 축소를 주도하며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설비 감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원자재 조달, 생산 스케줄, 수출 운송, 재고 운영 등 공급망 관리(SCM) 전반의 리스크 대응이 향후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주도 구조개편의 배경

 

정부는 연말까지 10개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핵심은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 톤(전체의 약 25%)까지 감축하는 방안이다. 한국 NCC의 82%가 나프타 기반이라는 점에서, 감산은 단순히 생산량 축소를 넘어 원자재 수급, 부제품 생산 밸런스, 하류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배경에는 뚜렷한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 있다. 중국은 석탄·메탄올 기반의 에틸렌 설비를 대규모로 늘리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고, 세계 수요 성장세는 둔화되었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산업 전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1% 감소한 216억 달러에 그쳤다.

 

◆ SCM 리스크 1: 원자재 조달

 

석유화학의 출발점은 원자재다. 한국 기업들은 나프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감산이 이뤄지면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기존 트레이딩 전략이 흔들린다. 나프타와 프로판의 가격 차이(크랙 스프레드)에 따라 원료 믹스를 조정하는 유연성이 중요해졌지만, 유가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여기에 홍해·수에즈 경로 불안정이 겹쳤다. 선박이 아프리카 케이프 우회를 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운송비와 보험료가 치솟고 리드타임도 길어졌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선복 확보와 보관공간 확충으로 대응했지만, 구조적인 조달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 SCM 리스크 2: 생산 스케줄링

 

생산 스케줄은 단순한 가동률 조정이 아니다. 어떤 설비를 멈추고 어떤 라인을 유지할지가 공급망 균형을 결정한다. 단독 NCC는 코프로덕트(부산물)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감산 충격이 크다. 반면 정유·아로마틱과 통합된 콤플렉스는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해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

 

기업들은 계획보수를 앞당기거나, 라인별로 순차 셧다운을 시행하는 ‘로테이션 전략’을 통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객 납품 일정과 직결되기에 생산계획과 영업계획을 정교하게 통합(S&OP) 하는 것이 필수다.

 

◆ SCM 리스크 3: 수출·물류 운영

 

국내 석유화학의 경쟁력은 해외시장에 달려 있다. 그러나 물류 환경은 점점 더 불안정하다. 홍해 사태 장기화로 리드타임이 늘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OTIF(On Time In Full) 지표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운송 지연은 곧바로 신뢰도 하락과 벌금·계약 재협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특정 지역의 관세·비관세 장벽 강화는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킨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무역 규제는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성을 줄이고 있으며,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 SCM 리스크 4: 재고와 수요 매칭

 

감산 국면에서는 대량생산(MTS)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주문생산(MTO)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객 맞춤형 생산을 늘리고, HDPE와 LLDPE 같은 대체 제품 간 스위칭을 통해 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S&OP(판매·운영 계획)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단축하며,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완제품 재고뿐 아니라 원자재 재고까지 동시에 최적화해야 하는 복합 과제가 놓여 있다.

 

◆ 정책·산업 구조의 이중 압박

 

정부는 구조조정 참여 기업에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혜택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 법안 추진으로 ESG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2·3차 협력사까지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기업 공급망 전반에 전가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2026년 가동 예정인 에쓰오일-아람코 합작 ‘샤힌’ 프로젝트다. 초대형 NCC 증설이 현실화되면 국내 에틸렌 공급이 오히려 늘어나, 구조조정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감축과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 속에서 공급망 관리의 난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 관전 포인트와 과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Feedstock 다변화: 나프타와 LPG의 듀얼 소싱, 장기계약과 스팟 거래의 병행 ▲셧다운 시퀀스 최적화: 부제품 밸런스를 고려한 라인별 감산 로드맵 ▲물류 경로 다변화: 홍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항로·운송수단 대체 방안 마련 ▲생산·판매 연동 강화: ATP/CTP 기반의 실시간 고객 우선순위 할당 ▲포트폴리오 전환: 범용 레진에서 고기능성 소재,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 등이 주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생산능력을 줄이는 ‘양적 조정’이 아니다. 원자재 조달, 생산·물류 운영, 재고·수요 매칭, ESG 규제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공급망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산의 고통을 넘어서려면, 공급망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SCM의 회복력과 유연성에 달려 있다. 감산 이후가 진짜 시험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전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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