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목)

  • 맑음동두천 23.1℃
  • 구름조금강릉 23.5℃
  • 맑음서울 25.6℃
  • 맑음대전 24.8℃
  • 맑음대구 26.0℃
  • 맑음울산 22.1℃
  • 맑음광주 25.3℃
  • 맑음부산 23.3℃
  • 맑음고창 21.1℃
  • 맑음제주 22.9℃
  • 맑음강화 19.8℃
  • 맑음보은 22.3℃
  • 맑음금산 22.8℃
  • 맑음강진군 22.6℃
  • 맑음경주시 23.2℃
  • 맑음거제 21.1℃
기상청 제공

해외 수주액 '1조달러' 목전인데…건설업계, 돌발변수에 소송전 '골머리'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 400억달러…누계 1조달러 '목전'
국내 대형 건설사들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총 77건 '소송중'
20년 묵은 중재건에 소송가액 '1조원' 상회도…대형사도 부담
법조계 "소송건보다 소송 포기가 훨씬 더 많아…미수도 발생"

 

【 청년일보 】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400억달러로 제시하며 누적 해외 수주액 1조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세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청사진은 국제 건설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수주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이 진행 중인 해외사업에서 각종 돌발 변수가 야기, 대규모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등 수주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빚고 있는 마찰이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게제된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인 삼성물산과 9위인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대형 9개 건설사들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외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서 발주처와 갈등을 빚으며 소송 또는 중재 중인 사안은 총 77건에 달했다.

  

이 수치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소송가액 2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회사분 소송가액 '150억원 이상' 내역만을 공시했다.


각 사별 해외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및 중재건수를 집계한 결과(종결건 제외) GS건설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14건,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가 8건, 포스코이앤씨가 5건, 현대건설 4건, DL이앤씨 2건, 롯데건설 1건으로 파악됐다.


소송의 내용은 '공사 대금 미지급',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보상 청구', '공사대금에 대한 관세 및 부가세(GST) 환급 청구' 등 금전 관련 소송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IMF 금융위기로 인해 해외 발주처가 파산해 20년이 넘도록 공사대금 및 기타 비용을 지급받지 못해 소송 중인 대우건설의 사례나 베트남 정부로부터 지난 2023년 7월 피소 당한 포스코이앤씨의 '베트남 다낭-꽝아이 형사사건(1심 포스코이앤씨 패소)' 등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소송이 제기된 사례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해당 건은 대우그룹 시절인 1993년 수주한 말레이시아 주상복합사업으로 IMF 금융위기 당시 발주처가 파산했다"며 "공사대금 및 기타비용 지급 청구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전체 소송가액을 기준으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르는 소송을 진행 중인 사안도 있었다. 건설업계 내에서는 통상 천억원 단위가 넘어가는 소송의 경우 대형 건설사도 휘청일 만큼 '초대형'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GS건설은 지난 2021년 3월에 'Qatar Railways Company'를 상대로 1조4천억원 상당(회사분 약 3천5백억원)의 소를 제기해 현재 도하 ICC가 중재를 진행 중이다. 반면 같은해 8월에는 'Saudi Electric Company'로부터 피소, 총 소송가액은 무려 1조5천억원(회사분 약 7천7백억원)에 달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된 사안은 대부분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정산과정에서 분쟁이 발생된 건"이라며 "같은 건이라도 회사가 소를 제기한 후 상대측에서 반대소송이 들어온 경우 이를 모두 표기해 총 분쟁 건수가 많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수백 또는 수천억원이 넘는 소송건은 경영상의 부담이 적지 않지만,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상황을 감안하면 되레 해외수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과거부터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이른바 '잭팟'이라 불리며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게 정설이다. 


해외건설 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66년 통계작성 이래 지속 성장해온 해외 수주물량은 지난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300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수주액은 9천770억달러로, 정부는 올해 1조달러 달성을 목표치로 제시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2월 박상우 장관을 필두로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꾸려 이라크로 파견하고, 이어 4월에는 '해외도시개발전략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해외수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해외 수주물량 만큼 소송과 분쟁 등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는게 일각의 시각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주 무대로 삼아 온 중동의 경우 종교갈등으로 인한 내전과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등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점도 경영상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수들로 대형건설사에 비해 해외사업 경험이 적은 중소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 중동지역은 법과 언어, 문화가 달라 대형사들도 진출 초기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어 이 같은 변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국제소송이나 중재에서 승소한다해도 대금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소송의 경우 분쟁위원회의 중재가 이뤄지긴 하지만 해외정부가 자국 이익 우선을 앞세워 또 다른 트집을 잡고 중재안을 무력화하기도 한다"면서 "국제 협약상 중재를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끝내 대금을 못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동사업의 경우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들 국가에서 유가 시장 상황상 대금 지급 시기를 고의적으로 지연하고 있어 소송에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고, 승소한다해도 대금을 받아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도 소송도 못해보는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외 건설사업 과정에서 야기된 분쟁건의 경우 입증책임 부담 등 수 많은 이유로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건설업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발주자와 시공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소송으로 해결해야하나 실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라며 "향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소송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과 소송개시 일정과 소송 비용에 대한 경영진들의 정무적 판단 등 소송을 주저하는 요인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서마다 어떤 나라의 법을 준거법으로 설정할 지, 리스크 분배는 어떻게 할지도 모두 다르다"면서 "확실히 받아 낼수 있을 것 같은 사례도 실제로는 대금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