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소비침체, 고물가,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식음료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3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1일부로 총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송이' 20%, '마켓오 브라우니' 10%, '톡핑' 6.7%, '오징어땅콩' 6.7% 등이다.
이번에 제품가격을 인상한 품목은 카카오 등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의 사용 비중이 높아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으로 한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 후에도 오리온 전체 61개 품목의 20%에 해당하는 12개 제품은 여전히 10년 넘게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가성비 있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 시세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t)당 9천425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았다.
이보다 앞선 최고치는 올해 4월 19일로 t당 1만1천461달러였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가격이기도 하다.
코코아는 지난 수십 년간 t당 2천달러 내외 수준의 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다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카카오 병해로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코코아 재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중국 등지의 초콜릿 소비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견과류 역시 6년 새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 향후 수년간 카카오와 견과류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오리온은 이번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원료 가격 상승 여파로 해태제과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해태제과도 지난 1일부터 포키, 홈런볼, 자유시간 등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59% 인상했다. 가격 조정 제품은 거래처별 재고 물량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포키와 홈런볼 소비자 가격은 1천700원에서 1천900원으로 11.8% 올랐고, 롤리폴리와 초코픽은 1천700원에서 1천800원으로 5.9% 인상된다.
자유시간은 1천원에서 1천200원으로, 오예스는 6천원에서 6천600원으로 변경되며 각각 20%, 10% 오른다.
이밖에 버터링 딥초코와 화이트엔젤은 각각 4천500원, 1천600원으로 2.3%, 6.7% 오르고, 티피와 얼초도 8.3%, 3.3% 인상된 1천300원, 3천100원이 된다.
농심 역시 이달부터 백산수 출고가를 평균 9.9% 인상했다. 이에 백산수 500㎖ 제품의 편의점 가격은 950원에서 5.3% 올라 1천원이 된다. 백산수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이는 재룟값, 물류비 등 비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해상물류비는 2018년 대비 90%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회사는 내달 탄산음료 웰치스 소다 355㎖ 출고가도 평균 7.6%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웰치스 소다 편의점 가격은 1천400원에서 1천500원으로 변경된다.
농심 관계자는 "원부자재 및 해상운임료 등 물류비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맥심 모카골드 리필 500g 제품은 1만7천450원에서 1만9천110원으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2.16kg 제품은 2만3천700원에서 2만5천950원으로 각각 변경됐다.
또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은 1만7천260원에서 1만8천900원으로, 맥심 티오피 275ml 제품은 1천290원에서 1천400원으로, 맥스웰하우스 500ml 제품은 1천450원에서 1천56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이번 가격 인상은 커피 원두 및 설탕, 야자유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과 높아진 환율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커피 원두 및 주요 원재료는 전량 수입하고 있어 환율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커피 선물가격은 톤(t)당 318.05파운드를 기록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에는 323.05파운드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커피 가격 역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았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전세계 이상기후로 인한 커피 생산량 감소로 높은 원재료 가격 수준이 지속되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동서식품은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노력을 더욱 강화해 좋은 품질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식품업계는 최대한 원가부담을 버티다가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 대부분이 소비자 경제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은 감내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등 최대한 버텨오다가 가격을 인상하게 된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만 내년 가격 인상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인상의 경우 현재 막 올린 상태이기도 하고 내년에 원자재 값이나 환율 상황이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을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아직 내년의 전반적인 국제 상황이나 경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