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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 삼성(上)] "과대망상증 환자 조롱에도"…이병철 삼성 창업주, 반도체 '일편단심'

반도체 성공 신화 발판 '도쿄선언'…메모리 반도체 최강 자리 유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다지라고 주문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이례적인 고강도 메시지를 두고 그만큼 삼성을 둘러싼 복합 위기 상황이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내다본다. 청년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과대망상증 환자 조롱에도"…이병철 삼성 창업주, 반도체 '일편단심'
(中) "HBM 뼈아픈 실기에"…삼성 반도체, 30년 메모리 최강 입지 '위태'

(下) "어려울수록 미래 준비해야"…재계, 반도체 R&D 주 52시간 예외 '일성'

 

【 청년일보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조부인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과 선친 이건희 선대회장의 강인한 리더십과 달리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리더십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독한 삼성인'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이례적으로 고강도 질책성 메시지를 남긴 것을 두고 재계 내에선 현재 삼성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복합 위기가 기업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관세 정책·보조금 리스크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짙은 안갯속에 깔려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신 재무장'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지금의 삼성이 이전보다 심한 복합위기에 직면한 만큼, 이 회장의 고강도 메시지는 너무나 당연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현재 삼성이 직면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럴수록 리더는 강한 카리스마와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진작부터 삼성전자 위기가 감지됐음에도 지금에서야 메시지를 낸 건 타이밍상 늦은 감이 있다"면서 "향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전략방안을 내놓기보단 단순 워딩만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회사의 실적 대들보인 반도체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제1차 오일쇼크'에 직면하면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하이테크산업으로 진출해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이후 이병철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본격 실어줬고, 1983년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대내외에 공식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국 인텔은 "과대망상증 환자", 일본에선 '한국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칼럼도 나오는 등 회의적인 시선이 나왔다.

 

삼성 내부에서도 실패하면 그룹 절반 이상이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이 창업회장은 "삼성이 아니면 모험을 하기 힘들다"며 국내외 싸늘한 시선을 무릅쓰고 투자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뒤 삼성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상용화 ▲1993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 ▲1994년 256MB D램 ▲1996년 1GB D램 ▲2001년 4GB D램 ▲2010년 30나노(nm) 2GB DDR3 D램 등을 모두 최초로 개발하는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독식했다.

 

도쿄선언은 한국 기업사에서 '퀀텀 점프' 순간 중 하나로 꼽히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30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범용 메모리 경쟁 심화 및 가격 하락,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열린 고부가가치 반도체 초기 대응이 늦어 삼성전자는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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