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핵심 인력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을 포기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란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의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를 뜻한다.

장학금뿐만 아니라 채용 등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의대 열풍'으로 인해 상당수 합격자들이 의약학 계열로 이탈한 것이라는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9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계약학과 정시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 서울권 5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은 13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학과 정시 모집인원(77명)의 1.8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성균관대·연세대 반도체 계약학과는 모집인원 47명의 1.7배인 78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 25명의 2.6배인 65명이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했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도 모집인원 22명의 59%인 13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또 SK하이닉스와 계약한 고려대·한양대·서강대 반도체 계약학과는 모집인원 30명의 2배인 60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합격자 36명이 등록하지 않았고, 이는 등록 포기자가 모집인원 10명의 3.6배에 달한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 10명의 1.4배인 14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 10명만큼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했다.

입시 전문 관계자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후순위 지원자로 채우고 있으며, 이는 결국 우수 인재(최상위 합격자)가 이탈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장학금 지원, 취업 보장 등 파격적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합격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따른 의대 열풍으로 등 타 계열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계약학과) 합격생들은 의약학계열 등 상위권 학과에 중복 합격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의 경우 고급 인재들은 공대로 가는 반면,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러한 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전문직이며 정년이 없는 등 안정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메리트를 느낄 수 있게끔 기업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선 각 대학마다 계약학과 신설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