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글로벌 통상 환경의 거센 풍랑 속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반도체 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필두로 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탔다.
지난해 최악의 반도체 경기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삼성전자는 업황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올 하반기 견조한 실적을 보였고, 일찌감치 HBM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사상 첫 '10조 클럽'에 입성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HBM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국내 반도체 투톱 업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당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무게를 싣는다.
24일 반도체 업계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올 상반기까지 실적 회복 속도가 더뎠다.
엔비디아향 HBM3E(5세대 HBM 제품) 납품 지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익성 부진 등으로 올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4천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이 2023년 4분기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4천억원에 그쳤던 충격을 털어내고, 올 3분기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검증을 통과하며, 한동안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HBM 시장에서의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면서 사실상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증권가 안팎에선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2배 증가한 15조1천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격전지로 떠오른 HBM4(HBM 6세대)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4'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 테스트 관련 팀이 삼성전자를 방문했고 HBM4 SiP(시스템 인 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설명했고, 이 자리에서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이같은 점을 비춰볼 때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4 공급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밖에 HBM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독보적 기술력을 입증하며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 상승 본격화, HBM3E 12단과 서버향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확대에 힘입어 11조3천8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인 7조300억원보다 약 62%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1조원을 넘어서며 분기 영업익 '10조 클럽'에 가입했다.
1분기 7조4천405억원, 2분기 9조2천129억원, 3분기 11조3천834억원으로 매 분기마다 우상향 실적 흐름세를 이어오고 있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에도 적잖은 관심이 모아진다.
증권가 일각에선 올 4분기 약 15조~1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직전 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하는 셈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한 상태다. 올해 9월 개발을 완료하고 업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는 엔비디아에 유상 샘플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상 샘플 공급은 정식 계약 직전 단계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HBM 3파전의 한 축이었던 마이크론의 경우 기술적 문제로 (HBM4) 재설계 이슈 등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엔 HBM4의 경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