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첫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기술 인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 회장은 올해 3월 임원 교육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 메시지를 강조해온 바 있으며, '기술 중심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연공서열과 상관없이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등의 인사를 단행하는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026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 이어 전날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사장 승진 1명, 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이중 2명을 기술 인재로 선임했다.
선행 기술 연구조직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에는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신규 위촉됐다. 내년 1월 입사 예정인 박 사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다.
박 사장은 향후 양자컴퓨팅·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맡아 온 윤장현 부사장은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2012년 임원 인사 당시 43세의 나이로 '삼말사초 임원(30대말 40대초에 첫 임원 되는 슈퍼 인재 그룹)'군에 해당됐을 정도로 기술에 능통한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MX사업부 소프트웨어(SW)·플랫폼 개발을 지휘해 온 SW 전문가로,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대표로 이동한 뒤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 분야 전략 투자를 이끌어 왔다.
삼성전자는 그가 DX부문 CTO로서 모바일·TV·가전 등 주력사업과 AI·로봇 등 미래 기술 간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AI와 로봇,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래 기술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61명을 승진 발령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임원 승진 규모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DX부문 92명,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69명이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산업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로봇,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고 밝혔다.
DX부문에서 데이터 기반 신기술·비즈 모델 개발 성과를 창출한 데이터 지능화 전문가인 삼성리서치데이터인텔리전스 팀장 이윤수(50) 부사장이 승진했다.
DS부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로 서버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펌웨어 및 아키텍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설루션 플랫폼 개발과 핵심 요소 기술 확보를 주도한 메모리사업부 설루션플랫폼개발팀장 장실완(52) 부사장이 승진했다.
최근 반도체 사업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전략 기술을 주도한 인물들도 발탁됐다.
이병현 메모리사업부 D램 PA2그룹장(48)은 1c급 D램 모제품 및 HBM4(6세대 HBM 제품) 개발을 이끌며 D램 제품 경쟁력 강화한 점을 평가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호인 메모리사업부 D램 PA2그룹 상무(46)도 1c급 D램 모제품 및 HBM4의 수율과 양산성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홍희일 메모리사업부 D램 PE팀장(55)은 HBM3E(5세대 HBM 제품), HBM4를 비롯해 고용량 DDR5, 저전력 LPDDR5X 등 주요 D램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연소 임원 승진자는 김철민(39) DX부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 시스템 퍼포먼스 그룹장 상무와 이강욱(39) DX부문 삼성 리서치 AI 모델팀 상무로, 이들 모두 30대다.
김 상무는 시스템 S/W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커널 메모리 최적화, 성능 개선 솔루션 개발 등 단말 경쟁력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상무는 생성형 AI 언어/코드 모델 개발을 주도한 AI분야 전문가로 제품 차별화 및 생산성 강화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리딩하는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연소 부사장 승진자는 로봇 AI기반 인식 및 조작 등 주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주도한 권정현(45) DX부문 삼성 리서치 로봇인텔리전스 부사장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임원 인사의 주요 특징은 30대를 포함해 젊은 인재를 발탁하거나 승진 대상에 포함해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라면서 "기술의 삼성을 실현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및 로봇 등 기술 인재에 대해 승진 카드로 격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