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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기만 논란에 '궁색한' 해명...교촌치킨이 놓친 한 끼의 무게

 

【 청년일보 】 치킨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값비싼 외식이 아니면서, 그렇다고 저렴한 간식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자리 잡아 '서민 외식의 바로미터'로 인식돼 왔다. 그만큼 가격과 양, 품질 변화는 국민의 체감 물가와도 직결된다.


지난달 교촌치킨(이하 교촌)이 일부 순살 메뉴 용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면서 '슈링크플레이션(제품 양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두는 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이 같은 논란은 단순한 가격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기업의 신뢰 문제로까지 확산되며 좀 처럼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닭다리살만 쓰던 조리방식을 닭가슴살 혼합으로 바꾸면서 맛과 식감, 육즙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결국 "양과 질은 줄고 떨어졌는데 가격만 그대로"라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촌 측은 "가맹점주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본사 이익이 아닌 점주들의 안정적인 점포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고지 방식이다. 교촌측은 홈페이지내 '영양 및 중량 정보 보기' 탭에 이 같은 변경 사실을 기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소비자가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이른바 '숨기기식 고지'란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격 인상까지 겹쳤다.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지역 교촌 매장들은 배달앱에서 허니콤보·레드콤보 등 주요 메뉴 가격을 일제히 2천원씩 인상했다. 대표격 메뉴인 허니콤보 가격은 기존 2만3천원에서 2만5천원으로 뛰었다.


다른 지역 일부 매장들도 본사의 권장가를 따르거나, 자체적으로 2~3천원씩 배달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원인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 '용량은 줄고 가격은 오르는' 결과만 남았다.


이 같은 교촌의 행태에 정부와 전문가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사전에 투명하게 알렸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소비자를 배려하는 기업이라면 보다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치킨을 자주 먹는 소비자라면 양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서 "작은 글씨나 숨겨진 메뉴 속에만 표기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양을 줄였지만 제대로 알렸다"라는 교촌 측의 해명이 매우 궁색해 보이는 이유다. 


소비자단체의 비판은 더욱 직설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양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히 슈링크플레이션이며 사실상 가격 인상과 다름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기만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촌은 치킨업계 대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주도해왔던 만큼, 이번에는 용량을 줄인 메뉴에 대해 즉각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촌치킨은 이제 먹을 이유가 없다", "치킨은 사치품이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의 균열이자 불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려울 듯 하다.


소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같은 값에 줄어든 양, 달라진 맛의 경험은 뇌리에 오래 남는다. 교촌이 이 같은 점을 간과한다면 이미 시작된 소비자의 냉정한 심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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