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정부의 환율 안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권이 달러 예금 관리라는 난제 앞에 놓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외화예금 판매 자제에 나섰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인하와 환전 우대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을 소집해 달러 예금 상품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외화예금 관련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전달했다. 외화예금을 원화로 전환할 때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확대가 최근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앞서 “외화 예금·보험 증가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회사 경영진 면담을 통해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실제 달러 예금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24일 기준 12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9억17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2021년 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당국의 기류가 분명해지자 은행권은 선제적으로 외화 마케팅 최소화 원칙을 세우고, 달러가 시장에 다시 풀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고객 수요와 수익성, 정책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가장 먼저 구체적인 조치를 내놨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외화예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고객에게 최대 90%의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환전 자금을 원화 정기예금에 예치할 경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선착순으로 적용한다. 앞서 외화정기예금 금리를 낮춘 데 이어, 고객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해외여행 특화 상품인 ‘위비트래블’의 달러 금리를 대폭 인하했으며, 일반 달러 예금 상품에 대해서도 추가 금리 인하나 환전 우대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 역시 수출기업과 크리에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원화 환전 우대 이벤트를 진행하며 대응에 나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화 예금 수요를 무작정 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고객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당분간 달러 예금 관련 상품과 마케팅을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환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환율 우대나 과도한 판촉 이벤트는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달러 자산 선호라는 시장 흐름이 충돌하면서, 은행권은 당국 눈치와 고객 수요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이어가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