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의 진보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조직 생검이 침습적인 절차를 동반하는 데 비해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소변, 타액 등 체액만으로 암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비침습적이고 반복 가능한 진단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액체생검 기술 액체생검은 주로 혈액에서 순환종양 DNA(ctDNA) 또는 엑소좀과 같은 암 유래 바이오마커를 탐지하여 암 유무나 진행 상태, 재발 여부 등을 진단한다. 특히 ctDNA 분석을 통해 종양의 유전자 돌연변이, 메틸화 패턴, 복제 수 변화 등을 비침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글로벌 의료계의 도입 가속화 2024년 기준 미국의 Guardant Health, Grail, Foundation Medicine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이 액체생검 기반 암 진단 키트를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GC녹십자랩셀과 바이오니아 등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FDA는 일부 액체생검 기반 검사(Guardant360, FoundationOne Liquid CDx)에 대
【 청년일보 】 오랜 논의와 논쟁 끝에 간호계의 주요 현안으로 꼽힌 간호법이 지난 6월 21일 시행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법이 시행된 것만으로 간호계가 안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법 시행은 첫걸음에 불과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 해소와 직역 간의 갈등 조율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간호법은 간호의 질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제정되었으며, 의료 전문성과 검증 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업무 범위, 법적 책임의 소재, 업무 수행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간호법에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그 적용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타 직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간호 행위에 대한 법적 소재의 기준이 불분명하여 현장에서는 간호사라는 직업으로서의 법적 보호와 책임 사이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 간호법 시행 규칙 등 하위 법령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법은 시행되었지만, 실제 적용을 위한 실행 방안이 미비해 실효
【 청년일보 】 과학의 발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물실험은 여전히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과학과 윤리의 균형을 맞추고 있을까? 우선, 실험동물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생명 존중과 동물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위원회는 실험계획서의 심의, 동물 관리, 실험 환경 감독 등 전반적인 동물실험 수행 과정에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동물실험 윤리의 핵심에는 3R 원칙이 있다. 이에는 Replacement(대체), Reduction(감소), Refinement(개선)이 있다. 우선 Replacement(대체)는 가능한 경우, 동물실험을 조직배양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Reduction(감소)은 통계적 분석법을 활용해 과학적 유효성은 유지하면서도 실험에 필요한 동물 수를 최소화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Refinement(개선)은 실험 과정에서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 청년일보 】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병원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요? 이건 그냥 기다리라는 말과 다름없어요" 경북 북부의 한 산간 지역 주민이 토로한 말이다.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고, 응급의료기관도 부족한 지역에서는 '골든타임'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역 간 응급의료 접근성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뇌출혈·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질환 발생 시 환자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응급의료 취약지는 약 125곳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내륙 산간지역 혹은 섬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농촌 지역은 의료 인프라와 교통망이 동시에 열악해 환자 이송조차 쉽지 않다. 구급차로는 도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지역 내 중증환자 치료를 감당할 전문의나 장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응급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닌 생명권과 직결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닥터헬기의 존재 이유가 뚜렷해진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3년 출범한 안동병원 닥터헬기는 12년간 3천643회 출동, 3천458명의
【 청년일보 】 의료 현장은 수많은 정보와 의사결정이 오가는 고밀도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을 설명하고 치료 계획을 제시하며, 간호사는 복약 지침을 전달하고 경과를 기록한다. 모든 의료인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단순한 독해력이 아닌,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활용하는 종합적 언어 능력을 뜻한다. 의료인은 환자의 말속에 숨어 있는 신호를 파악하고, 과학적 지식을 쉬운 언어로 풀어 전달해야 한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의료진 간 오해가 발생하거나, 환자가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생긴다. 의료인의 문해력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미국의학협회(JAMA) 등 여러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건강 문해력 부족은 치료 순응도 저하와 의료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의료인이 환자의 언어 수준이나 이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소통을 일방적으로 할 경우, 환자는 치료 정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게 된다. 고령자, 저소득층, 이주민 환자에게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처럼 문해력은 의료인의 의사소통 방식과 직결되며,
【 청년일보 】 2020년 기준 전국으로 가족돌봄청소년·청년은 15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이들을 위한 실태조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최근 경기도가 처음으로 13~34세 사이의 도내 거주 청년 1천2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첫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돌봄 청소년·청년'이란 부모가 사망·이혼·가출하거나,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장애·질병·정신질환 또는 약물 및 알코올 남용 등으로 노동 능력을 상실해 부모 대신 가족구성원을 돌봐야 하는 청소년·청년을 말한다. 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32.5%)이 가장 많았으며, 이들은 주당 평균 23.6시간을 가족 돌봄에 할애하고 있었다. 특히 돌봄을 단독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는 50.6%에 달했다. 이 중 51.9%는 돌봄과 근로를 병행하고 있으며, 전체의 49.7%는 가족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현실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가족돌봄청소년·청년은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확률이 일반 청년에 비해 5배 높은 것으로
【 청년일보 】 최근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당뇨병 환자는 약 500만명에 이르며, 특히 30~5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수치의 문제를 넘어 심혈관 질환이나 신장 기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액상과당, 즉 청량음료와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감미료가 당뇨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액상과당은 간에서 빠르게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만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제 당뇨학회와 다수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액상과당 과다 섭취 집단이 정상인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약 1.3배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따라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청량음료와 가공식품 등 액상과당이 포함된 식품이 섭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대신해 물이나 무가당 차, 신선한 과일 등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인슐
【 청년일보 】 '방사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를까? 아마 '위험하다', '원전 사고', '피폭', '암'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뉴스에서 접하는 방사능 오염물질 유출 사고와 원전 사고 등이 떠오르면서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키우며, 방사선은 곧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굳혀져 왔다. 하지만 정말 방사선이 위험하기만 할까? 병원에서 사용하는 X-ray, CT나 PET 스캔 같은 정밀 진단 장비는 모두 방사선을 이용한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방사선은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방사선은 의료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방사선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과 건물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에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아메리슘-241이 사용된다. 공항 보안검색대의 X-ray 장비, 우주에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 땅에서 나오는 지각 방사선, 심지어 일부 화강암 건축 자재나 세라믹 타일에서도 미량의 자연 방사선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방사선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국제 안
【 청년일보 】 최근 10년 사이 전국 분만 가능한 병원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산모들의 안전한 출산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전국 586곳이던 분만 가능 의료기관 수는 2023년 268곳으로 줄었다. 10년간 300곳 이상이 폐쇄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지방과 농어촌에서 심각한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경북 울진군, 전남 고흥군 등에서는 출산 가능한 병원이 전무해, 산모들이 출산을 위해 1~2시간 이상 떨어진 도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산부인과 붕괴 현상의 원인으로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그리고 낮은 의료 수가를 꼽는다. 실제 산부인과는 24시간 응급 대응이 필요하고, 출산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소송 위험도 크다. 그러나 현재 수가 체계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젊은 의사들의 전공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전국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정원의 20%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고, 일부 국립대학병원은 지원자가 단 한 명
【 청년일보 】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삶의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지듯 건강상태 또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화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교육이 짧고 소득이 낮은 사람은 건강 행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적으며 건강에 유해한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을 개선하고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개인이 그렇지 않은 개인에 비해 더 건강하지 못한 건강 격차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사회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과제이다. 인구 고령화와 지방 인구의 감수로 수도권과 지방 사이 격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논의 또한 활발하다. 의료와 건강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의료 자원은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사이의 건강 수준이나 건강 행동 실천율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 볼 수 있는 ‘불평등’이 아닌, 사회적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불형평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의료는 기본권이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필요할 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 청년일보 】 "병원은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집에 돌아올 때는 숨이 차서 힘들지." 최근 1인 가구 지원사업 건강교육팀 활동에 참여하며, 경사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 1인 가구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혈압약, 당뇨약 등 복용 중인 약물 용도와 복용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며, 매년 건강검진도 받는 등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과 진료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입을 모은 어려움은 바로 '병원까지 이동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특히 경사진 길과 대중교통의 불편함, 그리고 체력적 부담이 더해져 이들의 건강관리와 삶의 의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노인 1인 가구가 거주하는 대부분은 도로보다 높거나 경사진 지형에 위치해 있어, 실제 거리가 짧더라도 노인들이 체감하는 이동 거리는 훨씬 더 멀고 힘들게 느껴진다. 복지관이나 보건소, 경로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비가 오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날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였다. 또한, 도움 받을 사람 하나 없이 오롯이 혼자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결국 진료 간격의 장기화, 복약 중단, 자가관리의 포기 등으로 이
【 청년일보 】 보건복지부는 2022년부터 '소아 완화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병원 밖에서도 종종 소아환자와 가족이 통합적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립 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전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이 참여중이며, 현재 전국 확산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은 아직 미흡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소아 완화의료에 대한 수가 체계, 표준 인력, 예산 계획이 부족해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서비스 격차는 인력 부족과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는 환아 보호자를 향한 복지이며, 가족 돌봄에 대한 정책도 보완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중증 소아환자의 보호자 다수는 간병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있으며, 가족 전체가 정서적 고립과 심리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 돌봄 휴직 제도의 유연화와 심리 상담 서비스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완화의료를 '죽음을 준비하는 의료' 로만 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완화의료는 환아의 통증을 줄이고, 남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적극적인 의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