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연내 대부업 철수를 위해 그룹 내 계열사 소비자금융직 직군전환을 추진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OK금융그룹이 이번에는 최근 직군전환 신청자에게 지급해야 할 지원금 지급방법을 재산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OK금융 측은 위탁사의 단순 계산착오로 인한 오류로 이를 재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회사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직군전환을 신청한 상황에서 결국 지원금을 줄이기 위한 회사의 꼼수가 엿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저축은행권 등에 따르면 OK금융그룹 인사부는 지난 27일 사내 직군전환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회수전문직 전환 지원금 정정 사항' 안내문을 전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전환지원금과 직책자 추가금 계산이 위탁사의 단순 계산착오로 인한 오류사항이 발견되었다'면서 이를 정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전환지원금은 직원들의 승진체류년수와 정년까지의 잔여 근속기간을 계산해 산출되며, 여기에 직책자의 경우 전환 후에도 직책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보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그러나 외부 직원의 계산 실수로 지원금 산정에 오류가 생긴 만큼, 이를 재산정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승진체류년수는 직급별로 승진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을 의미하는데, 통상 OK금융 내에서 승진은 통상 연 2회(2월, 8월)에 진행되는 만큼, 직원들의 승진 연한을 계산하기 위해 이를 최대 6개월 단축 보정했다.
이는 일부 직원의 경우 최대 6개월의 근속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이에 따라 근속이 늘어 지원금을 더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게 OK금융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사원부터 과장 등 승진 기회가 더 많은 주니어 직급의 직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사안으로 사실상 관리자급인 시니어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OK금융은 정년까지의 잔여 근속기간에서 연 단위(13년6개월→14년)로 일괄 계산했던 방식을 월 단위로 정확히 재산정했다. 이는 잔여 근속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원금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직책자 추가금은 직군전환 후 직급 체계가 사라지는 점을 감안 1년 동안 현 직책을 유지할 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직책자 추가금은 직책자 직무역량급(최대 B등급), 인센티브, 실적 지원금 추가 지급(1천600만원)의 합산금액이다.
그러나 이번 정정 사항 안내문에는 "기 안내된 직책자 추가금에는 전환지원금 산정시 포함된 팀원 인센티브 B등급 금액이 중복 계산되어 정정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기존의 직책자 추가금에 불필요한 팀원의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외했다는 의미로 이 역시 추가금 자체가 줄어든다.
결국 제보자, 노조 등 다양한 경로로 복수 확인한 결과 이번 지원금 재산정을 통해 다수의 관리자급 직원들의 지원금이 적게는 1천만원에서 최대 2천200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원금 규모가 늘어난 직원들도 있지만, 줄어든 직원들이 더 많다는 게 제보자와 노조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정정사항을 직군전환 신청 후에 적용시킴으로써 직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직군전환은 OK금융그룹이 연내 러시앤캐시 철수를 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내 채권관리와 추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소비자금융 직군을 새로이 신설될 회수전문직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다.
앞서 OK금융은 각 직원별 정년까지 잔여 근속기간, 현재직급·직책 등을 고려해 보상안 및 전환관련 설명회를 두 차례 개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신청자들은 최소 2~3년치 연봉 수준인 1억3천만원(과장급 기준)~최대 2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다만 직군전환 신청자들은 지원금을 받는 대신 근로계약 조건은 200만원 수준의 낮은 기본급에 상여금 등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등의 조건으로 변경된다. 지금까지 쌓아둔 개인별 연차에 따른 혜택도 사라진다.
이에 OK금융 노조 역시 이번 직군전환이 회사의 인원 감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면서 지원금이 "사실상의 퇴직금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직군전환에는 상당수의 관리자급 직원들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이 소수 직원들의 지원금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내부 반발을 최소화한 뒤, 시니어 직원들의 지원금을 크게 깎는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을 제보한 내부 직원 A씨는 "회사 대표 및 인사부장이 개별적으로 전화를 해 (직군전환을 안할 경우) 앞으로 직책보장 못한다는 협박조의 느낌으로 직군전환을 회유했다"면서 "긴 장고 끝에 위로금(지원금) 때문에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 발표를 2~3일 앞두고 회사는 위로금을 재산정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산정을 통해 결국 적게는 1천350만원에서 많게는 2천200만원이 삭감됐다"며 "외주직원의 계산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 걸린 만큼 울화가 치미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측 예상과는 달리 많은 신청자가 직군전환을 신청한 상황에서 신청자 모두를 받아 줄 재원도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은 이번 정정 사건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꼼수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회사 측은 신청을 철회해도 좋다고 말하지만, 철회한다고 해도 후한이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