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신한 더모아 카드'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악용한 일부 약사들이 부정결제 사례가 반복되면서 신한카드가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고객의 카드를 정지하기로 했다.
신한카드의 더모아 카드는 5천원 이상 결제하면 1천원 미만의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일부 고개들이 5천999원씩 분할결제를 진행해 999원의 잔돈을 포인트로 환급받는 등 악용 사례가 늘자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해당 상품판매를 중지했다.
22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더모아 카드와 관련해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인 890명의 고객에 대해 개별 안내 및 소명 절차를 거쳐 신용카드를 29일부터 정지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고객 거래 유형을 모니터링한 결과 약사들이 자신과 지인, 가족 등의 카드를 이용해 부정 사용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예를 들어 A약국 주인이 B약국에서, B약국 주인이 A약국에서 매일 5천999원씩 결제하는 사례가 포착됐다.
또 특정 제약 도매몰 등에서 10명가량의 고객이 매일 5천999원씩 결제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 경우 매일 카드번호별 승인 순서가 동일하고, 승인 시간 간격은 1∼2초에 불과해 한 사람이 카드번호를 모아놓고, 일정 순서에 따라 계속해서 결제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카드가 파악한 890명은 전부 약사 혹은 약사의 지인·가족들이다. 본인의 가맹점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서, 도매몰 등에 카드 결제를 하게 할 수 있다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더욱이 약사 1명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도 여러 건으로 확인됐다.
해당 카드는 한 가맹점에서는 1일 1회밖에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으므로, 100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쌓으려면 하루에 30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매일 5천999원씩 결제한 셈이 된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신한카드는 고객의 자택·직장과 멀리 떨어진 특정 가맹점에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결제가 일어나는 행태 등을 고려하면 이들 사례가 카드를 양도·양수하거나 물품이나 용역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며 여전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신한카드가 일부 제약몰에 대해 가맹점을 해지한 것에 반발해 가맹점들이 제기한 '가맹점 지위 보전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해당 가맹점들은 신한카드에 가맹점 번호를 여러 개 신청해 고객들이 특정 카드로 가맹점 번호에서 하루에 한 번씩 5천999원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는 이를 1매의 매출전표로 처리할 거래를 거래 일자를 변경하거나 거래대금을 분할하는 등의 방법으로 2매 이상의 매출전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약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가맹점의 이 같은 행위가 1개 가맹점에 1일 1회 혜택만 제공하고자 했던 카드사의 정책을 우회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가맹점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사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부정사용이 발생한 가맹점 해지가 계약상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에 이어 이번에 카드 정지를 추진하는 것은 일부 고객에게 한정된 조치"라며 "일부 고객들의 무분별하고 위법적인 카드 사용 행태로 인해 다수의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일부 고객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