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 수준으로, 당장 4월부터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손실 확정된 고객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 측은 "타행에 앞서 이처럼 선제적으로 자율조정에 나선 것은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만기가 도래하여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 안내를 시작으로 본격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권 중 첫 ELS 자율배상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의 자율배상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사회 내에서 자율배상 논의를 마친 우리은행 외에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27일과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의 경우 홍콩 ELS 판매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배상에 대한 결정 역시 다소 수월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면, 홍콩 ELS 판매가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배상안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 5대 은행 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이 6.7조원으로 가장 컸으며, 신한 2.3조원, NH농협 1.8조원, 하나 1.4조원, 우리 415억원 수준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은 ELS 판매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한은행 역시 ELS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자율배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만 배상 비율에 대해서는 자율배상에 나선 우리은행 역시 투자자 별 배상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라 실제 배상은 20~40% 선에서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