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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거대자본에 시장 잠식 '파죽지세'…'생존활로' 모색하는 토종 이커머스

쿠팡, 이커머스 시장 약 25% 점유하며 독주…C커머스, 저가 상품 수요 본격 공략
1세대 토종 이커머스 G마켓·11번가 '고전'…그룹사 시너지 창출·전문관 운영에 집중
학계 "외국 업체에 종속 시 장기적으로 판매자·소비자 손해…뼈 깎는 혁신 필연적"

 

【 청년일보 】 한국 1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커머스)이 미국과 중국 이커머스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5일 유통 등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지난 2010년경 소셜 커머스 '붐'이 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라며 "외국에 법인을 둔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중국의 거대 자본이 국내시장 확대를 시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눈 떠보니 '큰 형님'된 美中 기업…"독주하는 쿠팡·파고드는 C커머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과 네이버가 각각 24.5%, 23.3%로 시장의 절반 가까운 수치를 양분하고 있다. 이어 G마켓·옥션(이하 G마켓) 및 SSG닷컴은 10.1%, 11번가는 7%에 그쳤고, 큐텐의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는 4.7%를 차지했다. 

 

이중 포털서비스 제공업체인 네이버를 제외한다면, 쿠팡이 경쟁사들을 유의미한 수치로 따돌리며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토종 이커머스의 '소멸'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와 데이터를 축적해 온 토종 이커머스가 외국 기업에 밀리는 것을 넘어 잠식당하는 현실은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이 20년 넘도록 쌓아온 그간의 유통 및 물류 노하우가 그대로 해외 자본에 넘어가고 있는 상황은 제2의 'G마켓·11번가' 등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1위인 쿠팡의 모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Inc'다. 지배구조상 쿠팡Inc는 한국지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Inc는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창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쿠팡Inc의 이사회 5명 중 강한승 경영관리 총괄대표를 제외한 4명도 모두 외국인이다. 여기에는 김범석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 역시 포함된다.

 

김 의장과 강 대표를 비롯한 쿠팡Inc의 이사회 구성원으로는 고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최고재무책임자(CFO), 헤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법률책임자(GC) 및 최고행정책임자(CAO), 프라남 콜라리(Pranam Kolari) 검색 및 추천 부문 부사장 등이 있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하 C커머스)의 진출 역시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C커머스의 시장점유율은 약 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할인 프로모션 공세'가 지속될 경우 이들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7년 2천581억원이던 중국 직구액은 2021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2년 1조4천858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C커머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힘입어 2022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조2천87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성공 신화로 일컬어졌던 티몬은 2022년 싱가포르 기업 큐텐에 인수됐고,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도 작년 큐텐의 품에 안겼다.

 

◆ 토종 이커머스, 연이은 실적 부진…'그룹사 시너지 창출·전문관 확대' 집중

 

이 같은 상황에서 G마켓·옥션 및 11번가는 마지막 '1세대 이커머스'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은 각각 2000년, 1998년에 설립됐으며, 11번가는 2008년부터 사업을 전개한 토종 이커머스다.

 

외국계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이들 업체의 상황은 녹록치않다.

 

G마켓·옥션은 올해 1분기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109억원) 대비 22% 줄어든 수치지만,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11번가도 올해 1분기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마켓·옥션처럼 전년 동기(-318억원) 대비 영업 손실 폭은 줄였지만, 기업 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 가운데 G마켓은 외국계 이커머스가 벌이고 있는 출혈 경쟁이 아닌 비(非) 가격전략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향이다. G마켓은 구체적으로 ▲신세계그룹사 시너지 창출 ▲판매자 및 제조기업과의 상생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G마켓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2022년 8월 신설한 '스마일프레스'가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은 SSG닷컴의 쓱배송(당일 시간대 지정 배송)을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일프레시 전용관에서는 이마트몰 신선식품을 포함해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 '노브랜드' 제품에 더해 반려동물 용품 전문 브랜드인 '몰리스'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의 스마일프레시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22년 동기 대비 80% 증가하는 등 서비스 오픈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G마켓은 앞으로도 스마일프레시 전용관을 통해 더 많은 장보기 상품을 선보이는 한편, 빅스마일데이, 명절 빅세일 등 G마켓의 주요 기획전에 스마일프레시관을 적극 노출해 장보기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G마켓은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진행한 핵심 통합(PMI)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공산품 판매에 강점을 지닌 G마켓이 식품, 생필품 등 장보기 품목에 강점이 있는 SSG닷컴과 연계해 신선식품 등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자체 배송 역량을 확대한 사례가 꼽힌다.

 

G마켓은 판매자 및 제조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상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윈윈' 정책도 지속한다. G마켓은 신규 판매자에게는 판매 노하우를 알려주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판매 활성화를 돕기 위한 광고지원금, 물류센터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G마켓은 구매가 확정된 다음날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구매를 확정하지 않아도 배송이 이뤄진 지 7일 이후 2영업일 내로 대금을 정산해 판매자에게 빠르게 지급하고 있다. 2014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스마일배송의 '빠른 정산' 서비스는 출고일 바로 다음날 판매금액의 90%를 판매자에 정산해 준다. 

 

이외에 판매자 가입 및 판매 프로세스 개편·스마일 픽업 리뉴얼 오픈·인공지능(AI) 광고 무료체험, 판매 데이터 통계지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유통채널을 연결시켜 동반 성장을 돕는 허브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G마켓에는 주요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 유통 플랫폼이 대부분 입점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행·항공사, 도서·출판 등 제휴 서비스사를 포함해 삼성, LG, CJ, 농심 등 제조사와도 탄탄한 파트너십에 기반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11번가는 ▲버티컬 서비스 및 전문관을 통한 상품 구색 확대 ▲숏폼 콘텐츠·게임형 이벤트 등을 통한 소비자 유입 강화 ▲AI 활용 판매자 및 소비자 편의성 증대 등에 방점을 찍었다.

 

먼저 11번가는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와 전문관을 지속 오픈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간편식품(간편밥상), 트렌드 패션(#OOTD) 등의 버티컬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명품 버티컬 '우아럭스'를 비롯해 고물가 상황 속 저렴한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가성비 상품 전문관 '9900원샵' 등도 운영 중이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작년 2월 선보인 '신선밥상'의 4월 결제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고,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결제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우아럭스의 구매 소비자 수와 평균 거래금액은 작년 오픈 초기(2023년 3월) 대비 각각 42%, 62% 증가했다. 올해 3월 기준 9900원샵도 거래액이 오픈 초기(2023년 10월) 대비 각각 약 6.7배 급증했다.

 

11번가는 C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가 공세에 맞서 '숏폼', '앱테크' 등 최신 트렌드와 접목한 서비스들도 선보이고 있다. 숏폼 기반의 쇼핑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레이(PLAY)'가 대표적인 사례로 오픈 3개월 만에 누적 시청수 1천600만회를 돌파했다. 숏폼 노출 직후 2주간 결제거래액이 직전 대비 154% 이상 치솟은 상품도 나왔다.

 

끝으로 11번가는 판매자 지원을 위한 'AI셀링코치'를 출시하는 등 판매자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AI 기술 활용을 확대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I셀링코치는 AI 기반 판매자 매출 증대 및 수익성 강화 지원 프로그램으로, 4월 말 AI셀링코치의 구독 판매자는 오픈 첫 달인 2월 말 대비 1290% 폭증했다. 

 

11번가 관계자는 "4월 전사 타운홀미팅을 통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의 토대인 이커머스 근원적 경쟁력 강화·견조한 트래픽 기반 성장모델 구축·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강화에 주력해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함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 올해 오픈마켓 사업 흑자와 오는 2025년 리테일 사업을 포함한 전사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이커머스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를 유인하고, 특정 시점에 이들을 락인(lock-in)해 종속되도록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고물가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토종 이커머스라는 이유만으로 '애국 소비'를 장려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라며 "국내 이커머스들이 뼈를 깎는 자체적 혁신과 함께 그간 쌓아올린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몰 등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취해 소비자들에게 자사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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