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쿠팡 모회사 쿠팡Inc의 김범석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발생 이후 3개월여 만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김 의장의 입장 발표가 더욱 선제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는 평가와 함께 사건의 파장으로 인한 1분기 실적의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쿠팡Inc의 연간 및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2월 27일 처음으로 육성을 통해 사과 입장을 냈다.
김 의장은 실적 발표를 위한 '콘퍼런스 콜'에서 "4분기 실적을 상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지난해 말 공지했던 데이터 보안 사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면서 "이번 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apologize)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작년 12월 28일 입장문의 형태로 소비자들에 사과한 바 있지만, 육성으로 이를 구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김 의장이 육성을 통해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힌 배경으로 작년 4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부정적인 실적이 도출됐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약 115억원(8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당기순손익 역시 377억원(2천6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측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이와 같은 수준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쿠팡 스스로가 초래한 안일한 대응 방식으로 상당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이탈하고 있음이 실질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4분기에 영업이익이 97% 급감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도 예측한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쿠팡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도 "단순 개인정보 유출 사건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불거진 쿠팡의 다양한 부정적인 과거 행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손실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수 있을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라고 전했다.
실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소비자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대응 방식을 보이며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탈을 가속하는 데 일조했다.
일례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개최된 국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비정상적"이라며 되려 비판하거나, 손으로 책상을 치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소비자 정서와 크게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비판을 가중시켰다.
또한, 쿠팡이 사건 수습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한 '보상안'에 기만적인 요소가 상당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돼 왔다. 쿠팡은 피해 고객에게 1인당 5만원에 해당하는 구매이용권을 지급했다.
다만, 쿠팡이 지급한 구매이용권은 쿠팡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결국 회수될 금액'을 제시했다는 '꼼수 보상안'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구매이용권을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천원), 쿠팡이츠(5천원), 쿠팡트래블(2만원), 알럭스(2만원) 등으로 세분화해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가장 사용자가 많은 쿠팡·쿠팡이츠에 대한 이용 가능 구매이용권이 1만원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은 쿠팡의 과거 행보 역시 소비자 이탈의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국회에서는 쿠팡Inc가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한 물류센터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목표 마진을 달성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해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21억8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여기에 소비자 체험 행사를 빌미로 납품업체로부터 수령한 물건 중 사용되지 않은 상품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던 것도 제재 대상이 됐다. 쿠팡은 2021년 10월 21일부터 2024년 6월 30일 이뤄진 2만5천715개 납품업자와의 50만8천752건의 직매입 거래에서 상품대금 약 2천809억원을 법정 기한을 넘기고 지급했다.
이 가운데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이로 인해 조명된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콘퍼런스 콜에서 자사의 대응 방식에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은 "작년 4분기는 쿠팡과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모두에게 도전적인 시기로 기억되겠지만, 우리 팀이 보여준 대응이 매우 자랑스럽다(I am very proud of how our team responded)"며 "그들은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직 고객을 섬기는 데 집중하며 데이터 사고를 수습했다(They strengthened our systems while remaining solely focused on serving customers and remediating the data incident)"고 자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수의 소비자와는 상이한 김 의장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과 사용자 이탈 등이 인해 올해 1분기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직원들 역시 흔들리는 등 대내외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쿠팡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이번 김 의장의 언급은 '직원 달래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쿠팡의 성장률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이와 같은 추이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4분기에 폭발했다는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역시 성장 둔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들도 쿠팡이 아닌 경쟁 서비스에서 구매를 대신하고 있어 쿠팡 측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촉발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쿠팡의 입지는 다시 한번 위협받을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추후 발생할 법적 제재금, 개인정보 유출 사건 소송과 관련한 소모 비용 등이 상당할 경우 쿠팡의 투자 전략이 틀어지는 한편, 회사의 존립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촉발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쿠팡의 입지는 다시 한번 위협받을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추후 발생할 법적 제재금, 개인정보 유출 사건 소송과 관련한 소모 비용 등이 상당할 경우 쿠팡의 투자 전략이 틀어지는 한편, 회사의 존립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와 쿠팡이 공조하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쿠팡 측에서는 이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며 "다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많았고, 정부와의 갈등도 심각했기 때문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결국 다양한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저울질해 자신이 사용할 플랫폼을 최종 결정한다"며 "쿠팡은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 구색 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점이 소비자로서는 가장 크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자 부담"이라고 전했다.
또한 "쿠팡이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느냐는 이 사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의지와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예측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