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며 플랫폼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은 이와 같은 법률이 현장의 혼선을 야기하고 소비자의 품질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노조 측은 기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 입법 완료를 목표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위시로 한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부는 해당 법률들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말 그대로 '일하는 사람'의 법적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을 넘어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노무를 제공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보수를 받는 모든 사람을 포괄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보편적 노동권 권리 보장 ▲사회보험 및 계약 권리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 중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화두로 언급되는 요소는 근로자 추정제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자의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제도 도입 시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쥐어지게 된다.
만약 입법이 실제화되고 라이더와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 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과 퇴직금,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가 적용될 수 있다.
단, 노동부는 이 법안이 기존의 근로자 개념을 대체하거나 이들 노동자를 모두 근로자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부연하고 있다. 노동부는 해당 법률이 플랫폼 경제 확산 등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서 기업과 노동자 간 권리와 의무를 재정의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상반기 중 일하는 사람 기본법 도입을 예고하자, 플랫폼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이 적용될 경우 각 직군의 특성에 따른 혼선과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주된 논리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의 보호를 일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통상의 근로계약이 아니라 유연한 노무 제공 계약을 맺어 오던 플랫폼 업체들에게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저임금은 소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전업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주52시간제의 경우 도리어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시간 제한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이미 일부 부담하고 있고 절대적 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경우 절대적 요율이 크고 종래 플랫폼 기업이 부담하지 않던 부분이라 해당 부분의 금액적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약 100만 명에 이르는 라이더와의 고용 관계를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배달 플랫폼 업계의 우려는 더욱 크다.
한 배달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이 법안이 도입될 경우 라이더는 오히려 기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주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자신이 수입을 올릴 기회를 제한받을 수 있다"며 "라이더 직군의 가장 큰 유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유로운 근무 시간과 그에 따른 소득인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도입될 경우 이와 같은 요인이 제한돼 라이더 수가 크게 감소할 수 있고, 이는 곧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법률에 따를 경우 4대 보험 비용 등 추가 소모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비자들의 최종 서비스 이용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또한 라이더라는 특수한 직군에 적합하게 법률이 적절히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노동계는 노동부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존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라이더 노조가 그간 주장해왔던 라이더 인증제 및 최저임금 도입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라이더의 권익이 보다 신장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또한 법 도입 취지에 전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법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입법 의도와 달리 막상 법이 완성돼 현실에서 적용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어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라이더의 최저임금이 보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상 최저 생활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는 임금 수준이 책정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 일각에서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아닌 기존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노총 측은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 즉 확대 적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근로자 추정제가 근로기준법 제2조(근로자 정의) 개정이 아니라 별도 조항과 예외 규정으로 설계될 경우 해석의 논란과 실효성이 저하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 대표 교섭 노조인 배달플랫폼노조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비스연맹 측은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가 계속해서 '근로자가 아닌 범주'에 남아 있어 논쟁의 소지가 존재한다"며 "보수 지급 강제, 부당 해지 구제 등 현장 권리를 근로기준법과 강행 규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장에서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실질적 효과를 위해 면밀한 설계와 단계적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노동법 전문 유한나 변호사(법무법인 강건)는 "기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판례를 보면 사용 종속 관계를 핵심적인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었고, 근로자가 입증 책임을 많이 부담해왔다"며 "이와 같은 구조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업무 수행 방식, 보수 지급 구조 등을 사용자 측이 관리를 하고 있어 사실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법이 도입되고, 입증 책임이 사용자로 전환될 경우 최저임금법이나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항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입증 책임 부담이 완화된다는 효과가 있다"며 "또한, 차후 근로자로 인정되는 대상자가 증가할 경우 사회안전망이 조금 더 강화될 수 있고 세수 확보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 변호사는 이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플랫폼 업체가 근로자 입증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해 업무 내용의 사용자 결정 여부, 취업 규칙 적용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의 구속 여부, 전속성, 노무 제공자의 독립적 사업자성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있었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근무 시간이 고정돼 있는 경우가 적고, 사업자 등록 등 겸직 여부에 관해서도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가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입증 자료를 모두 구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법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도입될 경우 자영업자,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사업체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변호사는 "상시적으로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의 경우, 인건비와 관련한 자금 부담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채용, 사업 확장에 장애물로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신규 투자, 고용 위축이라는 부정적 효과도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의 단계적 적용과 유예 기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스타트업,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미래 사업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안에 유예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정부에서 사업장 가이드라인 등을 충분히 마련해 실제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부담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