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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스케줄 지정·등급제 '불씨'"…로드러너 도입 앞 둔 배민 "폭풍전야"

배민, 올해 독일계 모회사 DH 라이더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본격 도입 '저울질'
로드러너, 노동 시간 사전 지정제·라이더 등급제 등에서 '배민커넥트'와 크게 상이
시스템 도입 시 배민·라이더 간 '사용종속적 관계' 쟁점…근로자성 여부 '도마 위'
'수입 증가' 공식 사측 입장과 달리 내부서 "DH, 배민 수익 짜내기 '본격화'" 우려
노조 "비전업 라이더 노동권 전면 부정하는 것"…"신중한 법리적 사전 검토 필요"

 

【 청년일보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신규 라이더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 측 내부의 의견도 다양하게 분출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본격 도입에 앞서 법리적 정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 1위인 배민은 새로운 라이더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정식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로드러너는 독일계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의 라이더 배차 시스템으로,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 중에 있다. 배민은 서비스 개시 이후 자체 개발 시스템인 '배민커넥트'를 사용해왔다.

 

로드러너는 배민커넥트와 다양한 지점에서 상이하다. 구체적으로 로드러너는 ▲노동 시간 사전 지정제 ▲라이더 등급제 등에 있어서 중대한 차이점을 갖는다.

 

먼저 로드러너 도입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노동 시간 사전 지정제'다. 현재 배민커넥트는 라이더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일정에 맞춰 노동 시간을 자율적으로 지정하고 근무할 수 있다.

 

반면 로드러너는 자신이 근무할 시간을 회사 측이 지정한 스케줄에 맞춰 미리 예약해야 하며,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배달 건(이하 콜) 자체를 수령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자신이 예약한 근무 시간 내에는 주문이 없어도 무급으로 근무 시간이 충족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배민커넥트 대비 한층 강화된 라이더 등급제 역시 또 다른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드러너는 콜 수락률과 시간당 배달 건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라이더에게 등급을 부여한다. 라이더는 1주일 단위로 이 실적에 따라 자신의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우아한형제들 측은 "그룹별로 스케줄 신청 시간이 다르게 배정될 수 있지만 최근 한달간 스케줄이 채워진 비율은 80% 수준으로 등급이 낮다고 해 해당 스케줄에 운행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즉, 특정 라이더들이 유리한 시간대 스케줄에 신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테스트 과정에서도 라이더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개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요소는 노동 시간 사전 지정제다. 이는 현재 특수고용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로 분류되는 라이더의 법률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변동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은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에 따라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정의되고 있다.

 

즉 사측이 지정한 노동 시간과 휴게 시간과 관계없이 노동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업무 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로드러너 도입 시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정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근로자성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로드러너가 도입될 경우 라이더를 특수고용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할 요소가 존재한다.

 

로드러너는 라이더가 노동을 제공할 시간을 시스템적으로 지정해 실질적으로 '근로 시간', 즉 사용종속적 관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부각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두 가지 요소는 ▲경제적 종속성 ▲인적 종속성 여부로, 현재 로드러너는 이들 요소를 모두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아한형제들 측은 "근본적으로 사전 스케줄링은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춰 배달품질을 원활히 유지하고 배달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지, 개인의 지휘·감독이나 통제를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며 "스케줄링 기능은 스케줄이 열리면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대를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구조로, 저희가 지정한 스케줄에 맞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점에 더해 로드러너 도입 여부를 두고 사측과 노조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먼저 사측은 공식적으로 로드러너 도입이 라이더 수입 창출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배민 측은 그 근거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역에서의 데이터를 거론한다.

 

구체적으로 업체 측은 화성시에서 전업으로 활동(주 평균 40시간 이상)하고 있는 라이더들의 경우 로드러너를 도입한 후 6개월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소득이 424만원이라고 말한다.

 

이는 도입 이전 6개월의 월평균 수익(329만원)보다 29% 늘어난 수치라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또한 로드러너 도입 지역의 수익 개선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즉 기존 배달앱 대비 로드러너의 안정적인 배차와 운행 동선 개선 효과로 라이더의 전체적인 배달 효율성(동일 시간 대비 배차 수, 운행 동선, 조리 대기 감소 등)이 향상되고 전반적인 라이더 수익이 향상됐다는 걸 보여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식적 입장과 달리 로드러너 도입을 둘러싼 사측 내부에서의 일각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로드러너 도입이 DH와의 단순한 '시스템 일원화' 차원이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하나의 경영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다만 우아한형제들 측은 "DH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규제 환경을 감안해 단기적인 이익 중심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DH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2026년까지 총상품거래액(GMV)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언급했고, 투자 강화 지역으로 한국이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현재 배민은 화성시 등 일부 지역에서 로드러너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민은 공식적으로 어디까지나 '시범 운영' 이후 도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배민 측 관계자들은 로드러너 도입이 올해 중으로 본격 도입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로드러너 도입을 둘러싼 노조 측의 의견도 분산되고 있다.

 

로드러너 도입이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본격적으로 인정할 수 있게 해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업이 아닌 긱 워크(Gig Work) 형태로 라이더 업무를 수행하던 이들은 수입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로드러너 도입 그 자체로 문제점이 상당하지만, 가장 모순적인 부분은 이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라며 "로드러너는 라이더의 경제적 및 인적 종속성을 부과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법적 정당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드러너는 라이더라는 직업을 '전업 직업'으로 갖지 않는 모든 이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시스템"이라며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 바로 노동 형태의 유연함인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간 배민이 스스로 장점으로 강조하던 라이더의 노동 유연성에도 모순되는 것"이라면서 "전업 라이더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배민의 로드러너 도입이 단순히 한 플랫폼의 시스템 변경이 아니라 현행법에 정면으로 부딪힐 소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법조계의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개된 배민의 로드러너 시스템에 따르면 로드러너에 따라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를 더 이상 '특수고용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며 "라이더는 로드러너에 의해 사용종속적 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시점까지 적절한 판례가 없어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되려 배민이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도록 촉진하는 형국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만약 이와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경우 배민이 더 이상 라이더로부터 자유로운 계약 관계에 의해 노동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될 개연성이 있으며, 오히려 배민에게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일반 근로자로 채용해야 할 의무가 부여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해석했을 때 다양한 지점에 있어 문제의 소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로드러너가 적용되고 있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 근로기준법은 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일반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업으로 라이더 업무에 임하지 않는 일반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로드러너의 사용종속적 관계를 강제하는 로드러너의 이용 주체, 즉 배민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라이더 등 다양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사측에서도 다양한 법리적 검토를 거쳐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배민 측과 배민의 교섭대표 노조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는 로드러너 도입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 다만 로드러너 도입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노사 양측 모두 논의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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