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증권사의 종목 보고서 대부분이 '매수'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매수 일색' 리포트로 인해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성투를 위해서는 리포트와 반대로 투자하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 31개사 중 매수 리포트 비중이 90%를 넘는 곳은 무려 24곳에 달했다. 특히 한양증권과 SI증권은 매수 리포트 비중이 100%다. 나머지 7곳의 증권사도 매수 리포트 비중이 80%를 넘는다.
통상 증권사는 ▲매수 ▲매도 ▲중립 등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22곳이 지난 6월 말에 비해 매수 리포트 비중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IBK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은 이 기간 매수 리포트 비중을 각각 4.2%p(포인트) 높였고, 상상인증권은 3.7%p, 유안타증권은 3.4%p 증가했다.
반면 매수 비중을 줄인 곳은 DS투자증권과 교보증권, iM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4곳에 그쳤다.
또 매도 리포트가 있는 곳은 신영증권(1.4%)과 iM증권(0.7%), 유진투자증권(0.6%), 하나증권(0.4%) 등 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도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흐름이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양상이다. 지난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국내 코스피 지수는 6.85%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 대비 9월 말 주가가 24.63% 하락했지만 국내 증권사 가운데 매수 의견을 포기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연중 최고가를 찍은 7월까지 목표주가를 꾸준히 상향 조정했다. 월말 평균 기준으로는 1월 9만4천217원에서 7월 11만80원까지 올렸다.
이후 삼성전자가 '7만전자'로 내려앉기 시작한 8월에도 11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그러다 9월 주가가 '6만전자'에 이르자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줄하향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내렸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모두 '매수'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보유(Hold)나 매도 의견은 1건도 없었다.
전날 삼성전자는 5만9천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도 '매도'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같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주당 7만5천원에 삼성전자를 매수한 A씨는 "11만원까지 올라간다는 증권사의 전망을 믿고 매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끝도 없이 내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이 '성투하고 싶으면 증권사 리포트와 반대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를 믿고 투자했지만, 지금은 나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리포트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뉴지랩파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지랩파마는 상장폐지되기 몇개월 전까지 삼성증권, 키움증권, 흥국증권, 한양증권, 상상인증권 등 유수 증권사들로부터 유망한 바이오기업으로 소개됐다.
특히 상상인증권은 뉴지랩파마가 거래정지에 들어가기 불과 두 달 전, 뉴지랩파마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내용까지 리포트에 담았다.
당시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뉴지랩파마는) 올해 중 의미 있는 주가 변동성이 발생할 전망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뉴지랩파마의 소액주주는 1만3천여명으로, 이들은 전체 주식의 81.94%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개인투자자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매수했다면 약 82%의 투자자가 두 달 만에 주가가 무려 90% 폭락하고 거래정지 사태까지 고스란히 당하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지나친 '매수 일색' 문제점을 인지하고 증권사 리서치 관행을 개선하도록 촉구했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매도 리포트를 작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 리포트를 낼 경우 기업 설명회 참여가 제한되거나 해당 회사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기업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도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매도 리포트를 작성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