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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상생협의체…배달앱 상생안 '공회전'

8차 상생협의체, 합의안 도출 실패…쿠팡이츠, 5% 배달 수수료 제시
차등 수수료안 중심 합의 관측…정치권·전문가 "신뢰 위한 합의 필요"

 

【 청년일보 】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 논의가 끝내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가운데, 배달 플랫폼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의 자발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제8차 상생협의체 논의가 진행됐다. 배달 플랫폼 측에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가, 입점업체 측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그간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측은 상생협의체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따라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 부담 완화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날 논의에서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 자율적인 합의를 통한 상생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물론 자영업자, 소비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등은 9.8%에 달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 수수료)를 6% 초반까지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으나, 합의안 도출에 끝내 실패했다.

 

다만, 플랫폼업계에서는 그간 논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쿠팡이츠가 기존 9.8%였던 배달 수수료를 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소폭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회의에서는 배달 플랫폼업체가 최혜대우 금지를 선언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배달' 서비스가 실제로는 입점업체가 일부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영수증이나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시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입점업체들은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도 요구했다. 현재 배민페이 등으로 결제하면 입점업체는 간편결제 수수료로 3.0%를 부담해야 한다. 입점업체들은 라이더의 위치정보 추적도 요구했다.

 

이날 논의에 대해 배달 플랫폼업체 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번 논의에 비해 일부 진전된 내용을 기반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입점업체 측의 의견이 여전히 양분돼 있었다는 점도 이날 논의 진척에 어려움을 더했다.

 

일부 입점업체 단체는 배달 플랫폼이 약 5%대의 배달 수수료를 매출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입점업체 단체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차등 수수료안을 수용하되, 6.8%의 배달 수수료가 적용되는 매장의 비율을 확대(상위 20%~80%)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최초 제시한 차등 수수료안에서 매출 상위 60%는 9.8% 60~80%는 6.8%, 80~100%은 2.0%의 배달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한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배민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안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면피용 상생안"이라며 "전체 배달 수수료를 5%대로 낮추지 않는다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은 보장하기 어렵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배달 플랫폼은 이미 배달 수수료 외에도 다양한 광고상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배달 수수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수익성만을 고집하는 행태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입점업체 관계자는 "상생협의체 목표는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쿠팡이츠도 차등 수수료안에 힘을 보탠 만큼 다음 회의에서 이 방안을 중심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달 플랫폼업체들이 비협조적인 자세로 상생협의체 논의에 일관했다는 토로도 나온다. 배달 수수료 인하·최혜 대우 요구 등 주요 사안을 두고 경쟁사 간 신경전으로 논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는 게 참여자들의 전언이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한 입점업체 측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업체 측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입점업체와의 '상생'은 고사하고 시장 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신경전에만 몰두했다"라면서 "상생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는데, 그 실상은 책임 전가의 장(場)이 돼 버렸다"라고 짚었다.

 

정부는 상생협의체에서 양측 간이 상생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배달 플랫폼이 수용하지 않으면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실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상생안이 사회적 기대에 못 미치면 입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배달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입법 추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면서 "다만,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 합의에 기반한 상생안을 도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상생협의체를 통한 상생안 도출이 법적 규제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지난 15년간 배달 플랫폼산업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면, 이젠 법적 근거를 통한 규제가 필요해졌다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러나 정부와 국회 등이 이를 강제하기 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생안을 도출하는 게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가도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배달 플랫폼업체의 기업 활동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규율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플랫폼이라는 산업 특성상 플랫폼 참여자들의 신뢰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상생협의체는 오는 30일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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