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9 (목)

  • 흐림동두천 -13.2℃
  • 맑음강릉 -9.2℃
  • 맑음서울 -11.3℃
  • 맑음대전 -11.6℃
  • 흐림대구 -9.2℃
  • 맑음울산 -8.9℃
  • 광주 -7.2℃
  • 맑음부산 -7.0℃
  • 흐림고창 -8.7℃
  • 제주 -0.5℃
  • 맑음강화 -13.1℃
  • 흐림보은 -12.0℃
  • 흐림금산 -11.2℃
  • 흐림강진군 -4.5℃
  • 맑음경주시 -9.4℃
  • 맑음거제 -6.0℃
기상청 제공

"고의적 지연 아니다"...배달 플랫폼 상생안 시행 '초읽기'

배달의민족, 2월 중 상생 방안 시행 예고…"새로운 전산 시스템 개발 위해 최선 노력"
'유효기간 3년·입점단체 상당수 미동의' 등 난제 산적…전문가 "전향적 추가 논의 필요"

 

【 청년일보 】 작년 진행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서 도출된 상생안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로드맵이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는 자영업자·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12차례 진행된 상생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이행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늦어도 상반기 중으로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상생안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확실히 제시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는 상생안 시행 시점부터 거래액을 기준으로 ▲상위 35%에 대해서는 배달 수수료 7.8%에 배달비 2천400~3천400원 ▲중위 35~50%에 대해서는 배달 수수료 6.8%에 배달비 2천100~3천100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중위 50~80%에 대해서는 배달 수수료 6.8%에 배달비 1천900~2천900원 ▲하위 20%에 대해서는 배달 수수료 2.0%에 배달비 1천900~2천9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이외에도 배민과 쿠팡이츠를 포함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멤버십 혜택의 원칙적 중단(중단 의사 없어도 조사 결과에 따라 중단) ▲라이더 등 이해당사자의 동의 후 위치 정보 제공 ▲영수증 상 입점업체 배달 수수료 부담 내용 표기(금액 제외)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여전히 구체적인 상생안 시행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상생협의체 논의에 참여한 한 입점업체 측 단체의 관계자는 "배민·쿠팡이츠는 작년 상생안 도출 때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차등 수수료'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원성을 산 바 있다"며 "당시에도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상생안인데, 제대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중으로 배민을 필두로 상생안을 시행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이를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논의한 바 없고, 배달 플랫폼 측도 이에 대해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입점업체 단체의 한 인사 역시 "상생협의체 논의 단계에서부터 소극적 소통으로 일관하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상생안 시행에 있어서도 신임 대표 취임 등의 갖은 사유를 들며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이미 상생안 자체도 입점업체 단체의 전원 동의도 얻지 못한 '반쪽'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말로만 상생의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계획 수립, 실행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생안의 핵심인 차등 수수료안 외에도 배민과 쿠팡이츠가 약속한 여타 합의 사안에 대해서도 큰 진척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라이더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수적인 '배달 라이더 위치 정보 제공'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생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라이더 노조와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라이더 노조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이츠에 배달 라이더 위치 정보 제공에 반대한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중 쿠팡이츠는 노조에서 반대하면 시행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전해왔다"며 "배민의 경우 쿠팡이츠가 이를 시행하지 않는데, 자신들이 먼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생한 시행에 관해 배민 측은 지난 2일 선임된 김범석 신임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상생안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김 대표는 8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전사발표에서 "자영업자, 라이더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배민 측은 이달 중으로 상생안의 시행 시기와 배달 수수료 구간 산정 기준 등을 공유하고, 오는 2월부터 실제 시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1월 중하순쯤 상생안 시행과 관련한 공지가 있을 것이며, 2월 중 전격 시행을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준비 중에 있다"며 "구체적 일정, 상세안 등은 모두 공정위와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도적 상생안 시행 지연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아한형제들은 상생안 시행을 위한 기초 프로그램 개발 등 선행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며, 해당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경기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는 상생안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경영의 중요 가치로 삼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조를 신년에도 유지하는 한편 배민아카데미·배민외식업광장·대출지원·배민외식업광장 및 다양한 컨설팅 및 지원 사업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상생안에 대한 정확한 시행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쿠팡 측은 상생안 시행을 위해 내부적으로 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올해 초 상생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라이더 위치 정보 공유를 위해서 라이더 단체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 업계 1위인 배민이 상생안 이행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작년 합의된 약속이 지켜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채택된 상생안 역시 배민 측에서 주도적으로 제시한 내용이 대거 포함된 만큼, 약속 이행을 위해 업계의 선두 기업이 구체적이고 정확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플랫폼 산업에 정통한 한 IT업계 전문가는 "업계 내에서 배민의 선도적인 위치를 고려했을 때, 상생한 합의를 위해 먼저 세부적인 로드맵을 입점업체 등에 상세히 설명하고 제시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쿠팡이츠가 배민의 상생안을 받아들여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했던 만큼 이러한 신속한 움직임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배민 측은 현재도 공정위 등과 생상안 협의를 위해 적극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막상 이해당사자인 입점업체 등과의 추가 논의에는 다소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추후 상생안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지속 가능한 사업 전개를 위해 배민, 쿠팡이츠가 건전한 경쟁을 지향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입점업체와의 우호적 관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통업계에 밝은 한 학계 인사는 "이번 상생안은 유효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는 점과, 결국 모든 입점업체 측 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들은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 수수료) 인상의 배경으로 업계 경쟁 격화라는 사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상생안을 보완하지 못하면 3년 뒤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배민, 쿠팡이츠 두 업체가 입점업체 측과의 지속적인 소통 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되지 않도록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배달 플랫폼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해당사자들의 상호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연적인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