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차량.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9/art_17406338058346_f08088.jpg)
【 청년일보 】 전자상거래(아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G마켓, 11번가 등 국내 토종 이커머스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크게 약진하며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의 국내 시장 잠식이 본격화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 위축으로 인해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등 경제적 악재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수요가 한 기업으로 쏠리는 '플랫폼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플랫폼 양극화 현상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기업 카드결제 금액' 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쿠팡의 카드 결제금액은 약 3조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수치다.
1인당 결제 단가금액도 약 20만원으로 쿠팡이 가장 높았다. 또한, 플랫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전원 대비 재구매율'도 82%에 육박했다.
반면, 국내 토종 이커머스 업체인 G마켓·11번가·SSG닷컴·옥션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G마켓의 경우, 쿠팡에 이어 카드 결제금액에 있어 2위를 차지했지만, 그 구체적인 금액은 약 3천700억원으로 쿠팡의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0% 감소한 수치다.
G마켓의 1인당 결제 단가 비용은 16만원으로 쿠팡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전월 대비 재구매율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결제금액 3위를 기록한 11번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번가의 1월 카드 결제금액은 약 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줄었다.
11번가의 1인당 결제 단가는 13만원으로, 1위인 쿠팡과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월 대비 재구매율은 G마켓과 동일한 45%였다.
SSG닷컴의 경우 카드 결제금액이 약 2천600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할 경우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결제 단가의 경우 19만원을 기록해 쿠팡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SSG닷컴에서 취급하는 제품 상당수가 고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SSG닷컴의 전월 대비 재구매율은 같은 신세계그룹 내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과 유사한 42%였다.
마찬가지로 '신세계 패밀리'인 옥션의 경우 상황은 더욱 부정적이었다. 옥션의 카드 결제금액은 960억여원으로, 전체 조사 기업 중 9위를 기록했다. 이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급감한 수치이며, 1인당 결제 단가도 11만원에 그쳤다.
전월 대비 재구매율도 36%에 불과해 신세계그룹 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
반면, 알리의 경우 크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총 카드 결제금액은 약 1천100억원으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8위에 그쳤지만, 전년 동기 대비 47.4%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재구매율도 56%를 기록하며, 쿠팡을 제외한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50%를 상회했다. 다만, 알리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저가 상품이라는 점에서 1인당 결제 단가는 11만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앞으로도 플랫폼 양극화 현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소비자 락인(lock-in)에 공을 들여온 쿠팡의 독주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전월 대비 재구매율이 82%에 육박한다는 것은, '쿠팡 생태계'가 타사 대비 얼마나 압도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반면, 그 외의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거의 동등한 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고, 이마저도 지난해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월 대비 재구매율도 쿠팡보다 크게 낮은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들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특별히 어필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알리가 크게 약진한 것도 플랫폼 양극화 심화 현상의 단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 전문가는 "씀씀이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것은 아예 저렴한 상품으로 구입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물품은 쿠팡에서 구입하되, 소모성 및 일회성 제품은 품질과 관계없이 중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자사의 특장점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증권가의 한 유통업계 전문 애널리스트는 "G마켓·SSG닷컴·옥션 등 신세계그룹 내에서 운영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신세계 유니버스' 등 멤버십 혜택을 확대하고, CJ와의 협업을 통해 배송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결제금액이 해당 플랫폼의 매출 및 영업이익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신세계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멀어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11번가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폭 축소로 '생존'하고는 있지만, 올해부터 C커머스가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선언한 만큼, 3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수립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