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본사.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0311/shp_1678889946.jpg)
【 청년일보 】 신한카드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 국내 여신업계에서 최대의 자산 규모를 자랑해오던 신한카드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 기준 삼성카드에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올해 1분기 실적도 경쟁사 대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한카드의 대규모 조직개편은 현 비대화된 인력 구조를 개선해 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신한카드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다. 노조는 사측의 조직 개편 추진을 두고 직원들의 희망 퇴직 유도를 통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이른바 "인력감축용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신한카드의 조직개편을 계기로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6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날부터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에서 단위조직 일부를 통폐합하는 '대부제(大部制)'를 도입한다. 현재 4그룹 20본부 81팀 체제에서 관리자 수를 대폭 줄이고, 실무 인력을 늘려 조직 비대화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부제가 도입되면 현재 81개 팀을 맡고 있는 팀장 자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신한카드 안팎에서는 20~30%가량 팀장 자리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팀장직을 맡고 있는 부장 및 부부장들 가운데 이번 조직개편에서 자리가 없어진 면팀장(보직해임) 발령자들은 다시 팀원 소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두고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희망퇴직 신청기간과 조직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카드는 오는 1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재차 희망퇴직 접수에 나선 것이다. 신청 대상은 1968년생부터 1979년생까지로 팀장급이 주로 해당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9일부터 희망퇴직을 받는 신한카드는 조직 개편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직원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삼성카드에 1위를 내주면서 신한지주 차원에서도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라는 주문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지부 "일방적 조직축소 저지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 개최, 이재진 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9145370038_211f0e.jpg)
이에 노조는 지난 11일 사측의 조직개편을 막기 위한 투쟁선포대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는 당시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안은 본사 조직의 30%에 달하는 대규모 축소와 인력 이동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조합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도발”이라며 “이는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공정한 인사와 승진 기회를 가로막는 부당한 구조조정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직원의 고용 안정성을 위해 회사에 강력 맞서겠다고 강조하면서, 올 하반기 조직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직원 개인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조직축소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사측이 조직축소를 강행할 경우 어떠한 타협도 없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측이 희망퇴직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한카드가 노조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을 강행하는 주된 배경으로는 수익성 저하를 들 수 있다. 자산 규모 1위로서 여신업계의 선두 자리를 지키던 신한카드는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삼성카드에 자리를 내준 상태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천721억원으로 삼성카드(6천646억원)에 밀렸다. 올 1분기에도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1천357억원의 순이익에 그친 반면,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3.7% 증가한 1천8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고연령 직원들이 많은 신한카드의 역피라미드 인력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는 매번 제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 직원 수는 2천443명으로 삼성카드(1천763명)보다 40%가량 많다. 1인당 생산성은 2억1천700만원으로 삼성카드(3억2천600만원)와 1억원 넘게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높아 고연령 직원들이 많은 구조인 만큼 인력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는 늘 있어왔다”고 말했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진=신한카드]](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918562285_df5115.jpg)
신한카드에 정통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부장급 인력은 약 100여명 정도로 경쟁사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연봉을 비롯해 복지후생 등을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창훈 대표가 이러한 고비용 인력조직에 업황까지 악화되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여신업계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업계 자산 규모 1위인 신한카드의 이같은 인력 조정 움직임이 다른 카드사들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총자산이익률(ROA)은 1.2%에 그쳤다. 2021년 평균 1.82%를 유지하던 ROA는 4년 만에 0.62%포인트 하락했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카드사 ROA 감소에는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뜻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3년마다 재산정해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책정한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2015년 최저 1.5%로 시작한 뒤 지속 하락해 현재 0.4%까지 떨어진 상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천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런 한편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1.65%로 전년 말(1.63%) 대비 0.02%포인트 상승해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타사들이 희망퇴직 등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이 딱히 없는 가운데 짧은 임기에 실적을 보여야하는 경쟁사 대표들도 향후 신한카드의 실적 여부에 따라 인력조정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이라며 "카드업계도 이번 신한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 김두환 / 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