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가산스마트점. [사진=GS리테일]](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4/art_17557485302873_ab13bf.jpg)
【 청년일보 】 편의점 업계가 2분기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혁신 사례를 참고해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단기적인 매출 신장 방안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 등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한편,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소비를 크게 줄인 탓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소매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0.03% 증가한 254조9천69억원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작년 연간 성장률(0.8%)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실제 각각 편의점 업계 1, 2위(매출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CU와 GS25도 이와 같은 영향을 받아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BGF리테일은 올해 2분기 각각 2조2천901억원과 694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 오르고, 8.9% 줄어든 수치다.
같은 시기 GS25의 매출은 2조2천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590억원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도 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편의점 업계가 추구하던 상품 판매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편의 서비스 제공 등 편의점의 상품·서비스 구색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와 같은 전략은 글로벌 편의점 업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폴란드의 '국민 편의점' 기업인 '자브카(Żabka)'가 있다.
이 업체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글로벌 소매 시장에서도 작년 19.7%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고성장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브카의 특징은 편의점의 본질인 '소비자 편의성 극대화'에 있다. 자브카의 평균 매장 크기는 약 65m2(약 20평)에 불과하지만, 이 공간에는 첨단 기술을 통해 조리된 즉석 섭취 식품을 비롯해 편의 서비스들이 효율적으로 배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자브카의 성장 요인으로 크게 ▲첨단 기술 적용 '자율 매장' ▲온라인 서비스 생태계 조성 ▲다양한 즉석 섭취 식품 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자브카는 '자브카 나노'로 칭해지는 무인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매장에서 소비자는 직원이나 계산대 없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를 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품목을 빠르게 고르고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자브카는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무인 매장을 약 50개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업체는 소비자에게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종의 '생태계'를 적극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브카 앱을 통해 퀵 밀서비스(QMS), 매장 편의 서비스, 당일 배송 서비스,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니즈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 앱은 단순히 상품 재고 등을 확인하는 등의 기능을 갖춘 국내 주요 편의점사 앱들과 달리 구독형 식단 상품 판매는 물론 자체적인 물류센터에 기반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자브카는 피자, 핫도그, 파니니 등은 물론 소시 롤, 랩 등의 음식을 매장 내 시설을 이용해 따뜻하게 제공하고, 곧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핫푸드' 사업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자브카는 단순히 편의점에서 '때우는' 수준의 음식이 아닌 레스토랑 수준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퀵서비스레스토랑(QSR)을 장기간 개발 및 적용해왔다. 편의점이 단순한 간편식 판매에 머무르는 것 이상으로, 레스토랑 수요까지 흡수하며 시장 전체 규모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 업체들도 이와 같은 혁신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24는 간편 결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무인점포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한, CU는 건강기능식품 매대를 확대하며 비식품 영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25 역시 매출 성장 잠재력이 높은 5천여개 점포에 건강·뷰티 특화 매대 등을 설치하며 매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인기 지적재산권(IP)과의 적극적인 협업 상품 출시로 간편식 구색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시도가 '단기적인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중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편의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일회성 마케팅'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주요 경제단체의 전문가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 편의점 업체들의 새로운 시도가 단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대표적으로 무인점포의 경우에도 이마트24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불과 1~2년만에 매장 수를 축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점포를 마냥 늘리는 것을 혁신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보다 장기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미래지향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특히, 추후에는 고정비 효율화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체질 개선과 혁신을 중장기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해외 시장 개척으로 편의점 업체들이 국내에서의 미진한 실적을 보완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이미 양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업체가 추후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일부 업체가 다른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즉석조리 식품을 강화하거나, 신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결국 편의점 업체 스스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