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이미지.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인스타그램 갈무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082197684_8c1eb3.jpg)
【 청년일보 】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가 품질 논란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물가로 인한 불황형 소비 확대가 C커머스 선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커머스는 지난 2023년 하반기 진출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예상을 뒤집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출 초기에는 C커머스 성장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정체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그러나 최근 대내외적 경제 상황으로 인해 이와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고 언급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를 새로 설치한 사용자는 37만명에 달했다. 테무는 이보다 많은 97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테무에서 오가는 결제액이 급격히 늘었다.
2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작년 테무에서 사용된 결제 추정액은 약 6천200억원이었다. 이는 2023년에 사용된 금액(약 311억원) 대비 1천893% 급증한 수치다.
업계는 이와 같은 성장세가 상품 안정성 등 지속적인 품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안전성 검사에서는 C커머스가 판매하는 상당수의 상품에서 과도한 유해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지난달 1일 조사에서도 C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물놀이 기구·수영복·수경·수모 24개 제품, 초저가 어린이 제품 9개 등 33개 제품 가운데 14개 제품에서 pH 기준을 초과하거나 물리적 안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용 수영복 1개 제품은 pH 수치가 기준치(4.0∼7.5)를 초과한 9.4(강알칼리성)로 조사됐다. 섬유제품의 pH가 강산성이나 강알칼리성을 띠면,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테무는 국내 판매자 개인정보 수집 논란에도 휘말리기도 했다.
테무는 올해 2월 약관 개정을 통해 국내외 제3자 기업에 ▲개인 세관 코드 ▲거래 금액 ▲주소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 ▲장치 정보 ▲연령 확인을 위한 ID ▲정보주체의 사용 등의 항목을 위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국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테무 CI. [사진=테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083333301_f28e3f.jpg)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무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배경으로 불황형 소비의 확산을 꼽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진출 초기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보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에 기반한 단순 일회성 소비가 주를 이뤘다"며 "이로 인해 당시 업계에서는 기존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C커머스 진출 이후 고물가 지속으로 인해 저가 상품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불황형 소비가 계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특히 품질에 큰 관계가 없는 일회성 소비 물품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업계는 테무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품이 단순 공산품에서 전자기기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여전히 고급 전자기기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청소기와 에어프라이기 등 저가형 전자기기의 경우에는 테무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내부적인 수치를 집계할 때, 소형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최근 1~2년 사이 크게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차별화된 상품 기획력과 판매 전략을 통해 테무 등 C커머스의 성장세를 견제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과거 C커머스가 한국에 정식 론칭할 당시에만 해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를 과소평가하는 시선이 많았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국내 시장의 극소수만을 점유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전망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상품군인 신선식품, 고급 가전 부문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물류창고와 같은 유통 인프라 건설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이러한 우위가 얼마나 유지될 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실제 주요 C커머스 업체 중 테무는 직접 국내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테무는 이미 경기도 김포시 모처의 물류센터 임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전문가는 C커머스의 공세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잠식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신세계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외면상으로는 5대 5의 출자 비율을 가진 법인이지만, 사업을 지속할수록 압도적인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 신세계는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정체된 수익 기반을 확장하는 측면에서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합작법인이 국내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현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보다 공격적이고 차별화된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통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며 "향후 5년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후 누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