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르포] "숨겨진 공간에 담긴 정성"…교촌치킨 '교촌필방' 가보니

숨겨진 공간 '스피크이지' 형식 도입…찾아가는 재미 제공
붓 모티브로 꾸민 '필방' 컨셉…붓 사용 조리 과정 형상화
특화 치킨·주류 메뉴 구성…다양한 문화 접목으로 차별화

 

【 청년일보 】 교촌치킨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명소 이태원에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더한 공간을 열고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으로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정식 오픈한 '교촌필방'은 서예 용품인 붓과 한지 등을 파는 '필방'이라는 콘셉트로 치킨을 조리할 때 정성껏 붓을 이용해 소스를 바르는 교촌의 방식을 형상화했다. 


더불어 '스피크이지(Speakeasy)' 방식을 도입해 화려한 간판 대신 필방이라는 이름답게 커다란 서예 붓을 이용해 공간의 존재를 알린다. '히든잼(Hidden Gem)' 같이 숨겨진 공간, 교촌필방을 기자가 찾았다. 

 

 

◆ 아는 이만 찾을 수 있는 '교촌필방'


이태원역에서 도보 1분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자리한 '교촌필방'은 주소를 몰랐다면 지나칠 수 있을 법한 공간이었다. 화려한 간판을 없애고 아는 사람만 슬그머니 찾아올 수 있는 '스피크이지(Speakeasy)' 방식을 선택한 듯했다.


스피크이지는 금주령으로 주류 판매가 금지됐던 1920~30년대 미국에서 성행했던 방식으로 단골들만 알음알음 찾아갈 수 있도록 운영하던 가게를 말한다.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용히 말한다'라는 뜻에서 스피크이지라 불리기 시작했다. 간판도 없고 출입구도 숨어 있어 공간을 아는 사람들만이 아지트처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가게는 최근 '히든잼(Hidden Gem)'이라 불리며 유동인구 연령대가 낮은 을지로 등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히든잼은 숨겨져 있다는 뜻을 가진 'Hidden'과 보석을 뜻하는 'Gem'을 결합한 단어로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장소, 물건' 등을 뜻한다. 


교촌치킨이 일반적인 치킨 매장 형식을 탈피해 새로운 트렌드를 시도한 것을 보면서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교촌필방 역시 간판을 최소화했고 문도 숨어 있어 입장을 하기 위해 사전 정보가 필요했다. 구글맵을 따라 도착한 건물은 검은 먹을 거친 붓질로 덧바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벽 중앙에는 서예 붓 하나가 놓여 있었고 이 붓을 아래로 당기자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내부 공간이 은밀히 모습을 드러냈다. 

 

 

◆ 이색적인 공간으로 한국식 '문화' 제공


'전이공간'이라 불리는 입구 복도는 필방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붓과 서예 도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육안으로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았는데, 안내에 따라 상품이 전시된 왼쪽 벽장을 밀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건물 밖과 복도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다. 필방과 어울리는 새하얀 한지 같은 종이로 감싼 조명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이는 폐비닐과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들이었다. 


걸음을 옮겨 홀로 이동하는 길에는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붓 오브제가 놓여 있었다. 무형문화재 박경수 장인이 제작한 '자개 붓'은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이색적으로 만들었다. 여러 국적, 다양한 세대가 모이는 이태원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이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공간을 안내해 준 진상범 교촌치킨 특수사업본부장은 붓이라는 테마로 이 공간을 조성한 이유에 대해 "치킨을 조리할 때  좋은 재료로 만든 소스를 붓질로 도포해 고유한 맛을 완성하는 교촌치킨의 정성과 철학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성껏 치킨을 조리하는 교촌의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곳이 교촌필방"이라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교촌필방의 조리공간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개방형으로 조성되어 있어 건강한 식재료로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분주히 만드는 요리사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메뉴 구성 


붓 오브제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유럽 어느 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생맥주라 불리는 탭맥주가 벽면에 일렬로 부착돼 있었다. 이는 교촌필방이 한국 문화로 자리 잡은 '치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특히 고성에 위치한 교촌 문베이 수제맥주 공장에서 직접 제조하고 공급하는 '1991맥주'와 '문베어브루잉의 수제맥주'가 눈에 띄었다. 이 공간을 통해 치킨 그 이상의 '즐기는 문화'를 제공하겠다는 교촌치킨의 포부가 돋보였다. 


맥주와 함께 산토리 가쿠빈을 활용해 개발한 하이볼 2종과 영양 100년 양조장에서 350년 전통 양조 비법으로 만든 프로리엄 막걸리 '은하수8도'도 준비돼 있었다. 


치킨 메뉴도 다양했다. 교촌의 대표 4대 메뉴인 간장·허니·레드·블랙시크릿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필방 시그니처 플래터'와 이 중 2종을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콤보플래터'가 브랜드의 맛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교촌필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교촌 수제맥주로 마리네이트해 만든 '필방 스페셜 치킨', 사천식 닭볶음요리인 '궁보치킨', 허니와 타바스코의 조화로 새로운 맛을 낸 '본초치킨', 홈메이트 소스로 만든 '살살 후라이드', 프랑스 전통 메뉴를 교촌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꼬꼬뱅' 등 새로운 공간에 어울리는 색다른 맛이 가득했다. 


특히 허니와 타바스코로 맛을 낸 '본초치킨'은 거부감 없이 새콤하면서도 한국 치킨 소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고 풍부한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외국인은 물론 색다른 맛의 치킨을 찾는 한국인에게도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닭고기로 속을 채운 '고추튀김', 떡을 그릴로 구운 '구븐 떡뽁이', 치밥용 볶음밥인 '필방 계란 볶음밥' 등의 사이드메뉴는 교촌치킨이 이 공간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 다양한 문화 접목…글로벌 외식기업으로 도약하는 교촌


교촌필방의 매장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를 음식에 접목하려 시도한 교촌치킨의 노력이 묻어 있었다. 

 
홀 앞쪽에는 치킨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DJ존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교촌치킨이 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진상범 본부장에 따르면 교촌필방에서는 매달 한 회씩 DJ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DJ공간 뒤편으로 보이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미디어월 역시 독특한 형태였다. 하나의 매끈한 화면 대신 수많은 맥주병을 활용해 벽면을 가득 메웠는데, 이는 교촌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 병들을 활용한 것이었다. 버려지는 자원을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면서도 교촌필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고심한 노력이 느껴졌다. 


홀 양 벽면은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 공간에 아카이브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교촌의 주요 소스 원재료인 꿀·간장·마늘·오향 등을 유리병에 담아 마치 박물관처럼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홀 뒤편에는 미리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 알 수 없을 법한 프라이빗한 공간이 숨어 있었다. 벽의 일부처럼 보이는 문을 슬쩍 열자 모습을 드러낸 이곳은 2명의 셰프가 손님 앞에서 음식을 조리해 바로 내주는 '치마카세' 공간이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치마카세'에서는 닭 특수부위를 이용해 선보이는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교촌치킨의 야심 찬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교촌치킨에 따르면 교촌필방을 시작으로 기존 홀매장에서는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공간이 앞으로도 꾸준히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