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하반기 경영 전략을 모색한다. 미·중 패권 갈등과 공급망 불안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응 전략과 미래 사업 방안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들은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 모색에 나섰다.
먼저 LG그룹은 지난달 일찌감치 각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전략보고회를 열고 미래 사업을 점검했다.
구광모 회장 주재로 열린 전략보고회에서 구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등 각 계열사별로 상반기 점검과 하반기 전략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사장단협의회까지 끝마쳤다. 주로 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등 중장기 전략 방향과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예상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이른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업종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가 심각한 침체에 빠진 가운데 이와 관련한 대내외 여건을 점검했다.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중 하나다.
이른바 수출효자 품목으로 불리는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극심한 불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 881억 원, 영업손실 3조 4천23억 원(영업손실률 67%), 당기순손실 2조 5천855억 원(순손실률 51%)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조8천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도 3조원 이상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 반도체업계에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을 안기는 상황 등이 주된 화두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SK그룹이 선도하고 있는 탄소중립 비전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이행 상황과 목표를 재점검하는 시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하반기 경영 전략과 관련해 경영진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 경영진을 포함한 해외법인장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직접 참석하지 않는 대신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한종희 부회장 주재로 이달 20~22일 전략회의를 연다. 업계에선 주춤하고 있는 가전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조만간 공개하는 최신 폴더블폰 제품의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를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 행사를 사상 처음으로 오는 26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폴더블 원조로서의 자부심을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경계현 사장이 이끄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도 이달 20일 전략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략회의를 통해 감산에 따른 업황 반등 시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초격차 기술 확보 등 미래 전략을 점검할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아직 구체적인 전략회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7월 한국에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도 같은 기간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전략회의 주요 의제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방침을 비롯 전동화 모델 현지 생산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밖에 롯데그룹도 7월 하반기 경영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VCM(계열사 사장단 회의)을 연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해 미래 먹거리 준비와 관련한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 대응의 방향성이 다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각 기업들의 사업 여건 등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원팀'을 꾸려 현재 당면한 복합경제 위기를 모색하는 자리가 분기마다 최소 1번씩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좀체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이 올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4대 그룹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위기 대응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기업들을 향한 법인세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같은 '서포터' 역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