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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NO 외쳤지만 굽히지 않은 '뚝심'···최태원 회장 '승부사 기질' 재조명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반도체 산업 출사표 배경 '눈길'
시대 앞선 최태원 회장 혜안···재계 순위 상승 결정적 역할

 

【청년일보】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 '절대 강자'로 불리는 SK하이닉스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혜안과 통찰력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그룹 내 거센 반대로 인해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뻔한 반도체 사업이 최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로 빛을 발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선친 뚝심경영 DNA 계승"···최태원 회장, '반도체 승부수' 빛 발했다

 

12일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모태는 1983년 설립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전자산업(현대전자)다. 현대전자는 1999년 10월, LG그룹의 사업구조조정으로 반도체 제조회사였던 LG반도체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빅딜'에 합의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부실 등으로 인한 실적 급락, 인수 대금을 치르느라 자금난에 허덕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G반도체와의 흡수·합병으로 현대전자의 부채 규모는 자그마치 8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결국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과 함께 2001년 채권단의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현대전자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했고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과 함께 사명도 같은 해인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상호 변경했다. 

 

채권단 공동 관리 체제에 돌입한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내외 회사들에 매각을 수차례에 걸쳐 시도했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1년 6월, 주주협의회는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냈고, 같은 해인 11월 SK텔레콤이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 계약을 맺게 됐다. 이로써 하이닉스반도체는 SK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고 2012년 3월 SK하이닉스 주식회사로 상호 변경됐다. 

 

에너지·화학과 이동통신 위주로 사업을 벌이던 SK그룹에게 이러한 반도체 인수전 참여는 향후 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당시 SK그룹 내부에선 하이닉스가 채권단 관리를 받는 부실 기업일 뿐만 아니라 인수자금이 막대했기 때문에 반대의 여론이 높았으나 최 회장은 '승부사적 기질'로 인수를 밀어붙였다. 

 

자그마치 3조4천억원 거금에 달하는 인수금액임에도 불구, 이같은 과감한 전략으로 재계 안팎선 최 회장을 일명 '뚝심 경영인'으로 일컫는다.

 

편입 첫해인 2012년 SK하이닉스는 시설투자에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린 3조 8천500억원을 쏟아부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 탓에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던 상황에서 외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2018년에는 사상 최대인 17조원까지 투자 규모를 늘렸다.

 

경영실적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인수 첫해 2천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3년 3조3천797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흑자로 전환했다. 그 후 매년 꾸준히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SK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냈다.

 

특히 2018년엔 매출액 40조 4천451억 원, 영업이익 20조 8천438억 원, 당기순이익 15조 5천40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해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52%와 38%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날의 SK하이닉스를 반도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엔 최태원 회장의 미래 산업 시장을 내다보는 선구안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모두가 NO라고 할 때 홀로 YES라고 할 수 있었던 건 선친(최종현 선대회장) 뚝심 경영철학 DNA 계승이 한 몫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K그룹을 재계 서열 순위 2위로 끌어올린 만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M&A의 모범적인 표본일뿐만 아니라 오너 중심 경영체제의 중요성을 한 층 각인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불황에도 긍정론 '고개'···HBM 제품, '제2의 반도체 신화' 급부상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사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수요 감소 여파로 최근 반도체 불황 터널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2분기 SK하이닉스는 3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2조8천821억원)를 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 빠진 것이다.

 

증권가 안팎에선 올 3분기 역시 1조6천855억원의 적자를 예측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고객사들이 판매 부진을 우려해 D램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시장이 도래하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이 '실적 반등의 열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천만GB(기가바이트)로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하고,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향후 해당 제품의 수요가 급성장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SK하이닉스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재현해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일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 '청사진'을 제시했다.

 

곽 사장은 "그동안 범용 제품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고객별 차별화된 스페셜티 제품으로 혁신해 가겠다"면서 "(범용 제품 중심의) 과거 방식을 벗어나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그동안 메모리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기술 개발을 해내고,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에게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다. 

 

최근 메모리 솔루션 분야가 발전하면서 일부 영역에서 고객 맞춤형 기술 개발을 해오긴 했지만, 산업의 주류는 여전히 범용 제품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 용인 세 거점을 기반으로 한, 소위 '이·청·용' 시대의 개막을 기대하고 있다. 이천은 본사 기능과 R&D/마더 팹(Mother FAB) 및 D램 생산기지다.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삼각축을 이뤄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반도체 메카로의 도약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용인 클러스터엔 회사 외에도 여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만큼, 반도체 생태계의 선순환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회사는 클러스터 내에 300mm 웨이퍼 기반 연구·테스트 팹인 '미니팹'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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