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오는 11월 말부터 약 3주간에 걸쳐 하나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 관련해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등 지배구조 체계에 대한 집중 점검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최근 하나은행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격적인 여신영업 행태 및 내년 초 수조원대의 손실 발생이 우려되는 홍콩H지수에 기초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 역시 점검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27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해 내달 6일 사전검사를 시작으로 27일부터 본 검사 등 정기 검사에 착수한다. 이번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기검사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우선 이번 정기검사에선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 좀 처럼 끊이지 않는 내부직원들의 공금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비한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가 핵심 점검사항이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6월 금융당국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엄중 대응 등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이후에도 은행권내 비위행위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 및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승계 시스템을 비롯한 대표 선임 관련 절차 등에 대한 부분도 역시 점검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함영주 당시 회장 내정자가 DLF(파생결합상품) 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 판결 결과 패소했으나, 하나금융지주 내부의 큰 반대없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업계일각에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체제에서 전개되고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확대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등도 검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나온다.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규모는 국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가장 많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직원 1인당 원화대출금은 올 상반기 기준 237억3천200만원으로, 신한은행(208억원), 우리은행(198억원), KB국민은행 (194억원), NH농협은행(193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계약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수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추종한 ELS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도 금감원의 점검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LS란 만기일까지 연동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요건을 유지하면 만기 시 '원금'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상품이다. 국내 은행들은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던 홍콩H지수에 기초한 ELS 상품을 지난 2021년 초부터 집중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홍콩H지수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전체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었던 홍콩H지수는 올해 6월 1만 선이 무너졌고, 최근에는 5800선까지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올 6월 말 기준 손실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잔액이 7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이 ELS 상품 판매과정에서 고객을 상대로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했는지와 함께 예상 손실규모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은행검사국 관계자는 "정기검사 일정이나 점검 항목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경영전반에 걸쳐 살펴보는 정기검사인 만큼 은행과 더불어 금융지주에 전반에 걸친 경영실태를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달 금융당국이 예고한 대로 정기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점검대상 역시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