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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여성CEO(上)]'K-라면' 성공 신화…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매출액 '1조 시대' 개막

지난해 연결 매출액 1조원 달성...창사 이래 '최초'
글로벌 'K-라면' 흥행 속 양호한 성과 '기대감 고조'
김정수 부회장, 불닭볶음면 출시 등 경영 '진두지휘'
'불닭볶음면' 출시 대성공 속 삼양식품 매출액 '급증'
"전업주부에서 대표이사로"...이색경력에도 '성공신화'
차기 출시작 불닭볶음면은 '맵탱'…마케팅 강화 '고삐'

 

보수적인 유통가에 여성 대표들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물가부터 저출생 등으로 유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실적과 성과를 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들의 성공신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K-라면 성공 신화…매출액 1조 시대 개막

(中)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유(乳)업계 유리천장 격파…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
(下)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장자승계 전통 깬 다크호스…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 청년일보 】 "재벌가 전업주부에서 부도난 라면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라면 하나로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 시장을 흔들어 놨다"


주인공은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 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부회장을 '불닭볶음면'으로 라면 신화를 새로 썼다고 소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내식 증가와 글로벌 K-푸드 유행으로 국내 라면 수출이 최초로 1조원을 넘었는데, 이 중심에는 글로벌 시장을 화끈하게 달구고 있는 불닭볶음면이 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매운맛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불닭볶음면 제작을 진두지휘 했다. 이는 그의 성공 신화로 이어져 삼양식품은 전사 최초 지난해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사 최초 연간 매출액 1조원 돌파 코앞…글로벌 K-라면 열풍 타고 호실적 기록


삼양식품은 전사 최초로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1천929억원, 영업이익 1천468억원, 당기순이익 1천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62%, 56% 증가했다.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천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법인과 밀양공장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해외매출을 대폭 확대했다. 3분기 해외매출이 처음으로 2천억원을 돌파했으며, 4분기 중국 최대 쇼핑축제에선 현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1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 것이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해외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불닭 등 전략 브랜드와 신사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매출은 대부분 수출에서 나온다. 최근 국내 라면 시장이 경쟁 심화와 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주춤했는데, 삼양식품은 해외 사업이 날개를 달며 위기를 피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수출물량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국내 라면 수출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억5천200만달러로 약 1조2천500억원을 기록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달러, 2017년 3억달러, 2018년 4억달러, 2022년 7억달러, 2023년 9억달러를 각각 돌파해왔다. 타 음식 대비 저렴한 가격에 글로벌 한류 유행으로 판매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양식품은 해외법인과 수출전진기지인 밀양공장을 기반으로 수출 볼륨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 유통망 확대, 중국법인 '삼양차이나'는 온라인 채널 경쟁력 확보, 일본법인 '삼양재팬'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 확장에 나설 예정"이라며 "지난해 4월 설립한 인도네시아법인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내년 준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63년 '삼양라면'에서 2012년 '불닭볶음면'까지…김 부회장, 선견지명 통해


삼양식품의 역사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은 삼양식품을 설립했다. 


이후 전 명예회장은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담아 1963년 국내 첫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삼양라면은 국민 식품에 등극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1989년 삼양식풉이 공업용 우지(쇠고기 기름)로 라면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우지파동' 사태로 위기를 맞는다. 결론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김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에 들어오게 된다.

 

김 부회장은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오너 2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1994년 결혼했다. 이후 주부로 살다가 1998년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자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 그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경영과 무관한 서울예고,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를 졸업 후 주부로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을 펼져 나갔다. 예술 경력을 살려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변경하고 '갓 짬뽕', '맛있는 라면' 등 이색 상품명을 직접 짓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김 부회장의 역작인 불닭볶음면은 2010년에 시작됐다. 당시 김 부회장은 고등학생인 딸과 주말을 맞이해 서울 도심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매운 볶음밥 집에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선 것을 보고 기다렸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김 부회장은 놀라운 것을 목격했다. 식당 내 손님들이 매운 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싹싹 비운 것을 본 것이다.

 

이에 김 부회장도 직접 먹어봤는데, 자신과 딸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정도로 매웠지만, 그는 그 순간 매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확인했다.


김 부회장은 바로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매장에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샀다. 직접 집에도 들고 와 먹어봤고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도 제품을 보냈다.


식품개발팀은 청양고추부터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등 전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모든 매운 음식 맛집을 탐방했다. 이 과정에서 닭 1천200여마리와 소스 2t이 사용됐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최적의 맛을 찾았고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출시된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미미했다. 매출과 점유율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처럼 해외에서 반응이 오자 회사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실제로 글로벌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불닭볶음면은 해외 판매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의 2017년 내수와 수출 매출액은 각각 2천533억원, 2천51억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3천33억원, 6천57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이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결과적으로는 삼양식품이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성장하며 김 부회장의 선견지명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불닭볶음면'은 '맵탱'…"올해 브랜드 마케팅 강화 예정"


삼양식품은 '넥스트 불닭볶음면'으로 맵탱을 점찍었다. 맵탱은 지난해 8월 삼양식품이 내놓은 신제품으로 매운 국물 라면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404SHU인데, 맵탱은 5000SHU다. '맵탱'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매운 라면을 찾는 다양한 상황에 주목해 다채로운 매운맛을 구현했다.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완성하기 위해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등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를 개발해 맵탱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스파이시 펜타곤은 맵탱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운맛 종류와 강도를 한 눈에 보기 쉽게 그래프로 도식화한 것으로, 맵탱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채로운 매운맛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맵탱은 지난해 출시한 만큼 올해도 시장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외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전략 브랜드로 선정해 육성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맵탱은 올해 브랜드 캠페인 등 마케팅을 강화해 매운 국물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갈 것"이라며 "삼양식품은 불닭, 맵탱, 쿠티크 등을 기반으로 스낵킹(snacking) 트렌드에 맞는 가성비 중심의 특색있는 면 메뉴 도입과 HMR 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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