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안 그래도 고물가로 고정 지출 부담이 늘고 있는데,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도 크게 올라 계속 구독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이용해 왔다는 30대 소비자 A씨는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이같이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와우 멤버십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것"이라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더라도 생각보다 인상폭이 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17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처럼 실망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이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화 등 서비스 유지 비용 상승 ▲C커머스 플랫폼(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에 앞선 고정 수입원 확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와우 멤버십은 쿠팡의 월정액 서비스다. 매월 일정 금액을 결제할 경우 로켓배송 상품 무료배송·30일 무료 반품 등을 비롯해 OTT인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쿠팡이츠 1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달 18일부터는 회원 대상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 제공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쿠팡은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을 월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58% 인상했다. 2021년 12월 해당 서비스 가격을 월 2천900원에서 4천900원으로 올린지 2년 4개월만이다.
◆ "배달비 무료라 좋았지?"…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 '와우 혜택'
먼저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은 와우 혜택 제공을 위한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이커머스업계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화가 비용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은 그간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을 대상으로 쿠팡이츠 혜택을 강화해 왔다. 특히 지난달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얻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등에 업고 단숨에 배달앱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무료화하기 시작한 시점과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 시간적 간격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앞선 조치로 소비자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놓은 뒤 이 같은 인상을 단행한 것은 분명 전략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달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화를 보고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신규 회원도 상당할 것"이라며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먼저 발표한 뒤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점에서 실망감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화가 결국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야기한 하나의 요인이 됐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나온다. 실제 한 쿠팡 관계자는 "인상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화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C커머스 진출 대비 위한 것 vs 투자 대비 매출 낮아"…이커머스界, 인상 두고 '설왕설래'
한편에서는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C커머스를 직접 상대하기에 앞서 '맷집'을 키울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현재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1천400만명으로 가격 인상 이후 쿠팡이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한 달 수입은 기존 698억6천만원에서 1천104억6천만원이 된다.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와우 멤버십은 회원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고정 수익을 얻는 형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C커머스에 맞서 다양한 마케팅·프로모션을 전개할 수 있는 쿠팡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는 1천716만명으로, 1위인 쿠팡(3천87만명)의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다만 쿠팡 측은 C커머스의 국내 진출이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실탄'이라고 하기에는 와우 멤버십 수익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투자 금액 대비 그렇게 크지 않다"며 "와우 멤버십 혜택을 위해 연간 4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물류 부문에도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커머스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C커머스에 대비하기 위한 여력 확보를 위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기에는 투자 대비 효율이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쿠팡 측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 부담 관련해 "기존 멤버십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에 가격 변동 수준을 퍼센티지로 계산했을 때는 인상폭이 높아 보이는 착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경쟁사들은 일제히 구독형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며 '쿠팡 이탈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G마켓과 옥션은 최초 가입자를 대상으로 5월 한 달간 그룹사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의 연회비를 3만원에서 4천9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네이버는 멤버십 미가입 회원에게 3개월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