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한은 금통위)는 물가가 목표치에 수렴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집값 상승 및 가계대출 증가세를 감안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부 위원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표명했다.
올 8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천130조원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9조3천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 외 최근 두 달 새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들이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방어하면서 실수요자는 알아서 배려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영업 일선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는 분위기다.
◆ 한은 금통위 “물가, 목표 수렴 예상...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금리 인하는 아직”
한은 금통위 위원들은 지난달 22일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져. 하지만 물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위원이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 수렴을 자신했다고.
한은이 지난 10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8월 22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반면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한 우려는 커졌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
이창용 한은 총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총재를 뺀 6명 위원 가운데 4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이들조차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 상황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내비친 상황으로 전해져.
◆ 올 8월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1천130조원...전월 대비 9조3천억원 증가
한은이 지난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30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천억원 증가. 이는 2021년 7월(9조7천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으로 집계.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90조6천억원)이 8조2천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8조4천억원)도 1조1천억원 각각 증가. 특히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보여.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대해 "5∼6월 늘어난 서울 주택 매매거래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게 가장 주된 요인"이라며 "대출 규제 도입에 따른 대출 선(先)수요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고, 휴가철 자금 수요와 주식 저가 매수에 따라 신용대출도 늘었다"고 설명.
◆ “가계대출 조이더니 실수요자 예외조항 경쟁”...오락가락 주문에 갈피 못 잡는 은행들
최근 두 달 가까이 계속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권이 이제 앞다퉈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되 실수요자는 알아서 골라 배려하라'는 금융당국의 모순적 주문에 은행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고. 다만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 대출자는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KB국민은행도 지난 10일 가계대출 규제 예외에 해당하는 실수요자 조건을 안내. 지난 9일부터 1주택 소유 세대의 서울 등 수도권 신규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막았지만,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을 사는 경우나 대출 실행일 기준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사는 경우 등은 대출이 가능하다고.
앞서 우리은행 역시 지난 8일 결혼, 직장·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소개.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 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고.
◆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율 3.7% 불과...“참여업계 간 이견 조율 필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전자의무기록(EMR)업체, 보험업계, 보험개발원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간담회' 개최. 이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진행현황을 점검하고 의료기관들의 참여 확산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
개정된 보험업법에 따르면 내달 25일부터 병상 30개 이상 병원과 보건소 7천725개 병원급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 이 중 현재까지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48.9%인 3천774곳. 하지만 이들 가운데 내달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전체의 3.7%인 283곳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청구 건수 중 23.3%를 차지하는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100% 시행되지만, 11.9%를 차지하는 종합병원 331곳 중에는 39.9%인 132곳에서만, 1.6%를 차지하는 병상 30개 이상 병원 3천857곳 중에는 2.7%인 104곳에서만 시행.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행을 위해 정부, 의료계, 보험업계가 이견을 조율해 왔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있고, 확산 노력을 더 해야 할 시점"이라며 "첫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이 되면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
◆ 올 상반기 車보험 3천322억원 흑자...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12개 손해보험사의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10조5천1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천244억원(1.2%) 감소.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흑자규모는 3천322억원으로 2021년부터 시작된 흑자 기조 유지. 하지만 지난해 대비 보험료가 인하되고, 지급보험금이 증가하면서 흑자규모는 전년 동기(5천559억원)보다 2천237억원(40.2%) 감소.
올 상반기 손해율은 80.2%로 전년 동기(78.0%)보다 2.2%포인트(p) 상승. 사고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177만9천건에서 올 상반기 184만건으로 늘어났고, 사고당 발생손해액도 지난해 상반기 418만2천원에서 올 423만7천원으로 증가하면서 손해율이 악화.
금감원은 "상반기 손해율이 지난해 누적 손해율(80.7%)에 근접하는 등 손해율 상승 추세가 예년에 비해 가파르다"며 "다만, 8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코로나19 이전 시기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