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제10차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 회의가 또 다시 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생협의체 회의에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 등 배달 플랫폼업체와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연합회 등 입점업체 측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진행된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주제는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 수수료)'이다.
입점업체 측은 배달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5%대로 낮추는 단일 요구안을 제시했고, 배민은 지난 6차 상생협의체 회의 때 제시한 차등 수수료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배민은 매출액 하위 40%인 업주를 대상으로 기존 배달 수수료(9.8%)보다 낮은 2∼6.8%의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간 상생안 제출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던 쿠팡이츠도 배민과 유사한 차등 수수료안을 상생협의체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성훈 쿠팡이츠 본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쿠팡은 차등 수수료를 도입해 중소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차 회의에서 언급됐던 '무료 배달 중단'은 끝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은 이날 회의에 앞서 "상생협의체는 무료 배달 중단이나 배달 플랫폼 간 경쟁에 개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료 배달 중단에 난색을 보였던 쿠팡이츠의 유 본부장 역시 "소비자의 무료 배달 혜택도 유지하는 방안으로 추가 상생안을 제출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업체들이 차등 수수료 방안을 상생안으로 내놓는 데 의견을 모은 만큼, 추후 논의에서 배민과 쿠팡이츠가 차등 수수료안에 적용할 수수료율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생협의체가 오는 7일로 예정된 제11차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상생안에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제시한 ▲차등 수수료안을 비롯해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 항목(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 ▲배달 플랫폼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변경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등 수수료안이 배달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입점업체 측은 이날 논의 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생협의체에 참석한 한 입점업체 단체의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업체가 끝내 도출한 '상생안'이 차등 수수료안이라는데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근본적으로 현재의 배달 수수료(9.8%)를 일괄적으로 인하하지 않는 한 차등 수수료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점업체 측 관계자 역시 "현재도 매출이 잘 발생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광고 서비스 비용과 배달 수수료 부담 등으로 배달 플랫폼 자체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차등 수수료안이 제시되더라도 배달 플랫폼의 매출에 기여하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여전히 9.8%의 배달 수수료를 지불할 텐데, 이 상생안이 무슨 의미를 지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배민이나 쿠팡이츠 측에서 제시하는 차등 수수료안은 '상생안을 위한 상생안'에 불과하다"라고 토로했다.
일선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서울에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점주 A씨는 "수개월간에 걸친 상생협의체에서 자영업자들의 실질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차등 수수료가 마치 해법이라는 되듯이 논의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무료 배달이 끝내 중단되지 못했다는 점도 꼬집고 있다.
인천에서 개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점주 B씨는 "배달 플랫폼에서 무료 배달을 중지하지 않는 이상 자영업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은 끝나지 않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끝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감이 크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생협의체 이후에도 배달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의 정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이번에 진행된 상생협의체의 경우, 배달 플랫폼이라는 신(新) 산업의 모순이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자 결국 정부가 개입해 구성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플랫폼산업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대화 창구가 더 절실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플랫폼산업은 결국 자영업자, 배달 라이더, 소비자 등 참여자가 사라지면 존속이 불가능한 사업 형태"라며 "배달 플랫폼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산업 전반을 성찰하고, 상생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주요 경제단체 전문가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플랫폼 참여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상생협의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배달 플랫폼 측에서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의 사업 전개에 있어 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생협의체는 오는 7일 11차 회의를 열고 최종 상생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익위원들은 차기 회의에서 상생협의체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상생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권고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