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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증대 vs 노동권 침해"…유통업계, AI 도입 두고 '동상이몽'

주요 유통업체, 소비자 편의 기능 등 AI 적극 도입…"쇼핑 시간 단축"
일부 업체, 업무 과정서 'AI 멘토' 현장 배치…"회사 노하우 총집결"
전문가 "내수 부진에 비용 절감 기여"…"기업 내 사회적 비용 증가"

 

【 청년일보 】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이 업계의 혹한기를 극복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한편, 오히려 이 과정이 기업의 금전적·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는 다양한 업체에서 소비자 편의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결제시스템, 내부 업무 프로세스 등에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대 언어 모델(LLM)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AI 보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AI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먼저 AI는 대형마트의 쇼핑 과정에서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품질 개선 프로젝트 '신선을 새롭게'를 시행하며, AI를 활용한 신선 식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다. 롯데마트는 대표적 LLM 중 하나인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AI 기반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신선식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농산물 분야에서는 AI 선별 시스템을 적용한 과일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멜론을 첫 시작으로 2023년에는 사과와 천도복숭아를 지난해에는 기존 품목에 수박, 참외 등 6개 품목을 더해 총 아홉 가지의 AI 선별 과일을 선보였다.

 

AI 선별 시스템은 당도는 물론 과일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항목을 선별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수박은 사람의 감에 의존했던 내부 속 상태를, 복숭아는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든 병해와 씨 갈라짐 현상까지 판별이 가능하다.

 

딥러닝에 기반한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선별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비파괴 당도선별이 가능한 품목은 이미 100% 진행해왔고, 해당 품목들에 한해 AI 선별을 추가로 적용했다.

 

AI를 활용해 선별한 상품의 판매 성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측에 따르면, 지난해 AI 선별 과일의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 도입 후 3년 만의 성과로 도입 첫해와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났다.

 

해당 품목의 고객 불만 건수는 도입 이전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하면서, 고객 만족도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AI 선별 시스템의 강점인 선별의 다양성과 정확성을 토대로 당도 외에 수분함량, 후숙도 등 과일의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에 있어 고객 니즈를 충족한 고품질의 과일을 제공한 점이 주요했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성공적인 AI 선별 과일 도입에 이어 차세대 농업 프로젝트 '내일농장' 새롭게 선보인다.

 

내일농장은 AI 선별 과일을 비롯해 기후 변화에도 적정한 재배 환경을 유지해 균일한 품질로 생산된 스마트팜 농산물,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산물, 신품종 농산물 등 차세대 농업 기술이 적용된 농산물을 아우르는 롯데마트와 슈퍼의 신규 프로젝트다.

 

또한, 롯데마트는 와인 구매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보틀벙커에 'AI 소믈리에'를 지난달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AI 소믈리에는 대화형 AI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문의한 시간, 장소, 상황 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적합한 와인을 추천해 주는 맞춤형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다.

 

AI 소믈리에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메시지나 와인 라벨 이미지 첨부를 통해서도 문의할 수 있으며,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와인 라벨도 인식해 상품 정보를 알려준다.

 

AI를 이용한 소비자 편의성 증대 기능 추가는 편의점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와인25플러스에 AI 이미지 검색 기능을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QR코드나 바코드 인식 없이 상품 사진을 촬영하거나 보유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것 만으로 관련 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와인25플러스의 AI 이미지 검색 기능은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전통주, 사케, 백주 등 다양한 주류 상품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AI 최적화 모델을 적용하고 검색 아키텍처를 고도화해 정확도를 높였다.

 

 

한편, AI는 소비자 쇼핑 편의성 증대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사내 업무 효율화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신입사원이나 저(低) 연차, 직무변경자의 업무 숙달 및 전문 지식 함양을 돕는 대화형 'AI 멘토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올해 5월부터 정식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과 조직문화 전담조직인 컬처랩, ICT 전문 기업 현대퓨처넷의 협업으로 구현됐으며, 해당 시스템은 현대백화점 사내 메신저에 탑재됐다.

 

지금까지 단순한 문답 방식의 챗봇으로 업무 가이드라인을 전파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내 직원의 정성적인 지식을 데이터화하고 생성형 AI 기반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방식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상품기획자(MD), 공간, 트렌드, 글로벌, 회계, ESG 등 13개 주요 직무 분야에서 우수 성과자·공인 자격증 소지자·경력 입사자 139명을 사내 전문가로 선발하고 올해 초부터 3개월여간 이들과 '인사이트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규점 출점 시 공간 기획, 글로벌 브랜드 정규 입점 유치 등 각자 분야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인터뷰 내용은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조화한 뒤 생성형 AI 기술과 접목하는 과정을 거쳤다. 약 3천300시간 분량에 달하는 인터뷰의 핵심을 학습시켰기 때문에 현대백화점만의 직무 인사이트가 반영된 고유의 AI 시스템이 완성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개발된 AI 멘토 시스템은 사내 메신저에 탑재돼 언제 어디서든 대화로 질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역량 높은 직원의 직무 지식을 사내에 공유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 능률을 제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 건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백화점은 AX를 통해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부연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미 마케팅 및 대고객 서비스 업무에도 AX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3년 업계 최초로 광고 카피,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생성형 AI 시스템 '루이스'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고객 불만 접수 시 문제를 분석하고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고객 상담실의 응대 역량을 높여주는 '인사이트 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AI 도입이 내수 부진 등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AI 도입을 통해 서비스 관리 인력을 효율화함으로써 고정비 절감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며 "최근 지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회사 측에 고객 불만 등을 제기했을 때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LLM의 급속한 발전으로 AI의 역할이 소비자 응대는 물론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AI의 과도한 도입이 되려 소비자의 불만 증폭과 노동권의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능통한 한 학계 인사는 "AI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금전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되려 그 부담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일례로,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AI가 아닌 사람을 통해서 확실히 해결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AI 챗봇을 거치며 되려 불만 사항이 더욱 누적되고, 해결을 위한 시간만 늘어지는 경험을 하게 돼 전반적인 서비스 만족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AI를 통한 인력 효율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역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까지는 AI 역할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그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해 사람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게 된다면, 심각한 노사 갈등으로 기업 측의 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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