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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CJ ENM의 해외 콘텐츠 시장 '초격차' 공략 위해 지갑 연다

5년간 5조, 올해 8000억···넷플릭스의 올해 한국 투자 5500억보다 많아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 대응 필요, 유동성 위한 공모채 발행도 '순항'

 

【 청년일보 】 CJ그룹의 통합 이미지를 상징하는 CI(Corporate Identity)는 'CJ'라는 영문 이니셜과 함께 파랑, 노랑, 빨강의 나뭇잎 모양으로 구성돼 있다. 파랑은 편리, 노랑은 즐거움, 빨강은 건강을 상징한다.

 

CJ그룹이 CI에 이 같은 세 가지 의미를 담은 것은 식품과 식품 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유통, 그리고 인프라 분야에서 편리·즐거움·건강을 창조함으로써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표현한 것이다. 

 

CJ그룹은 이의 일환으로 최근 문화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을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시켜 해외 콘텐츠 시장의 강자로 거듭 나겠다는 것이다. CJ ENM은 현재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국내 경쟁사에 비해 '초격차'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격차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의미한다.

 

이는 "전 세계인이 1년에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으며, 주마다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하겠다"는 강호성 CJ ENM 대표의 문화사업 비전 발표에 그대로 함축돼 있다. 년, 월, 주에 그치지 않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듣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마디로 일상 속에서 K컬처를 즐기게 하겠다는 것이다.

 

CJ ENM은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총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5년간 매년 평균 1조원 안팎씩 지갑을 연다는 CJ ENM의 계획은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투자다. 당장 올해에만 8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는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넷플릭스보다 큰 규모다. 또한 지난해 CJ ENM의 전체 콘텐츠 투자액인 6000억원에 비해서는 33.3% 늘어난 수준이다.

 

그만큼 올해부터 향후 5년이 미디어 산업의 결정적 분기점, 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게 CJ ENM의 판단인 것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부터 드라마, 음악, 공연 등 국내외 미디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는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19는 사람간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 원격교육 및 재택근무 급증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19로 인해 일어난 이 같은 변화들이 향후 우리 사회를 주도한다는 것으로 무엇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물론 국내 상륙 초읽기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Over The Top) 공룡들과 맞붙은 상황에서 생존 골든타임이 왔다는 것이 CJ ENM의 상황 파악이다. OTT는 인터넷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미 시장에서는 OTT 전쟁이 시작된 상태다.

 

CJ ENM의 사업 영역은 크게 미디어, 커머스, 영화, 음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8년 7월 CJ오쇼핑이 CJ ENM을 흡수합병하고, 이후 사명을 현재의 CJ ENM으로 변경하면서 이 같은 사업구조가 됐다. 커머스 영역을 제외하면 3개 사업 부문이 모두 콘텐츠의 제작, 유통, 배급에 해당된다.
 

CJ그룹이 '한국의 디즈니'를 비전으로 삼게 된 계기는 지난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CJ ENM의 드라마 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해 설립된 스튜디오드래곤은 풍부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다수의 영화·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고, 이는 곧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날개가 됐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인수합병(M&A)을 통해 품에 안은 제작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드라마는 출시 당시 흥행을 이끌어냈다. '미스터 션 샤인', '아스날 연대기',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더킹:영원의 군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CJ ENM의 자회사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 '응답하라' 등의 시리즈 콘텐츠도 시청자의 기억에 남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대표작의 흥행은 CJ ENM의 전체 수익을 끌어올리는 수익처로 작용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글로벌 진출에 보다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메이저 사업자들과 다양한 사업제휴를 맺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터미네이터', '미션 임파서블'을 만든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협력 계약을 맺고 호텔 델루나 등의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설국열차'를 글로벌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해 방영하고 있는 점도 이의 일환이다. 

 

CJ ENM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6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만 고려하면 올해 계획된 콘텐츠 제작 투자금 8000억원은 다소 무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성을 볼 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강호성 대표는 “콘텐츠 투자 금액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며 “그동안의 투자로 이뤄낸 성장률을 앞으로 5년에 대입해 보면 5조원이라는 금액이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의 국내 문화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투자는 곧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CJ ENM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제작기지를 구축해 왔다”며 “K콘텐츠에 있어서는 이미 해외시장에서 초격차 역량을 확보, 이제부터 결실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J ENM의 유동성 확보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만기 구조는 3년물과 5년물이 유력하다. CJ ENM은 이달 중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요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가능하다.

 

조달자금은 대부분 회사채 차환과 협력사 지원을 비롯한 운영자금에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이달 30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CJ ENM은 그동안 회사채 차환 시점이 다가오면 주기적으로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6월에는 24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 물량을 갚는데 활용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J ENM이 어렵지 않게 투자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은 방송·홈쇼핑 시장 점유율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 2018년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등급으로 평가받은 이후 줄곧 우량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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