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범죄 심리학 이론 중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자동차를 그냥 주차해두면 며칠을 버려둬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유리창 하나를 깨트려 놓고 버려두면 전체가 파손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삶에서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일. 무엇이 있을까? 청소와 방역 전문가 관점에서 말하자면 단연 청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는 집.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의 청소 상태가 어떤지 떠올려보자. 깨끗한가? 아니면 먼지가 가득 쌓이고 냄새까지 폴폴 나는 그야말로 뒤죽박죽 엉망진창인가?
'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이로는 내가 머무는 공간이 바로 자신을 표현하며 그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집이나 일하는 사무실이 지저분하다면 인생의 행운도 꿈도 달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청소는 단지 더러운 것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청소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다시 행복한 자장을 만들어 내며 그 행복한 자장이 내 마음과 주변을 변화시키고 마침내 인생을 바꾸는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청소력이라고 말한다.
사실 마쓰다 씨는 청소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예전에 그는 인생을 포기하고 쓰레기 더미 집안에서 외톨이로 폐인처럼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이 그의 집을 깨끗이 청소했고 변화된 집을 보고 마쓰다 씨 역시 자신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마쓰다 씨는 글로 썼고 이 책은 일본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이후 마쓰다 씨는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집이 지저분할수록 가족 간의 불화가 많았고 어려운 상황의 회사를 방문하면 반드시 더러운 장소가 있다고 한다. 특히 도산 직전의 회사는 화장실이 더러웠다고 한다.
어떤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흐트러진 방,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사무실 등에서 생활하면 생리학적인 면에서도 심박 수나 혈압이 증가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목이나 어깨가 무거워지고 이유 없이 초조해지거나 금방 화를 내게 된다고 한다.
청소력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일까? 청소력이 정말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졌을까? 그 예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노숙인으로 붐비던 서울역 부근. 버려진 담배꽁초와 악취 가득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지만, 꽃 거리를 조성한 후부터 깨끗한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명소인 동경 디즈니랜드에는 ‘커스토디얼’이라는 수백 명의 청소 전문 스태프가 있다. 오픈 당시 쓰레기 공원으로 유명했던 디즈니랜드를 꿈의 세계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커스토디얼’이었다. 그들은 수백 명이 교대로 15분마다 자신의 구역을 돌면서 쓰레기 하나 없는 동화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 하지만 80년대 중반 뉴욕은 지저분하고 낙서투성이로 싸움과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곳이 정화 작업을 거쳐 청소하고 밝은 장소로 변화되자 범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코로나 19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병은 몸을 아프게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7천 명을 넘어선 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청소와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엄두가 안 나고,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내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주는 교훈을 기억하자. 그리고 당장 내 주변 청소부터 시작하자.
글 / 장종식 (중소벤처기업부 MAINBiz 클린앤제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