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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장에 국내 메모리 투톱 기업 '희비'…삼성 '울상', SK '방긋'

삼성전자, HBM 투자 실기…경쟁사에 시장 주도권 내줘
"HBM 시장 공로 인정"…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임'

 

【 청년일보 】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시장이 커지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업계 안팎으로부터 주목받는 가운데, 올해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HBM 투자를 적기에 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반면, HBM 시장 주도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이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15조3천845억원)가 삼성전자(12조2천2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앞섰다. 이러한 기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두고 SK하이닉스가 AI 시대 들어 수요가 폭증하는 HBM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 3분기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바 있다. 이는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시장 전망치(4조~5조원)에 크게 밑돈 3조8천600억원을 기록했다. 
 

PC와 모바일 등 일상적인 제품에 탑재되는 '범용 D램'이 주력인 삼성전자는 HBM 투자 시기를 놓쳤고, 결국 경쟁사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다. 최근 SK하이닉스 뒤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D램 사업에서 HBM 비중이 크지 않아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끌지 못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美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삼성전자는 더욱 급해진 상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5세대 HBM인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HBM3E 12단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퀄 테스트(품질검증)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HBM3E 공급 시기에 따라 내년 전체 실적이 변동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HBM 대응 실기(失期)로 후발주자 위치에 놓인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능가할 수 있을 만한 기술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양사의 실적 희비는 올해 연말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말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사업부 수장이었던 이정배 사장을 경질하고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1960년생인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Flash개발, 전략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한 최고의 '기술통'으로 꼽힌다. 

 

반도체업계에선 전 부회장이 반도체에 '잔뼈'가 굵은 만큼, DS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근원 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달 초 임원인사를 실시한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을 유임했다. HBM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밖에 HBM, D램 등 기술 인재 중심으로 신규 임원 33명을 발탁했으며, 최연소 신규 임원은 HBM 분야에서 나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한 1982년생 최준용 팀장은 향후 HBM 사업기획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 HBM 시장을 놓고 양사간 경쟁이 더욱 불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30년 넘게 '메모리 왕좌'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HBM 로드맵을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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