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내건 만큼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증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더해 반도체, 조선업 등 각 업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청년일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향후 전망과 국내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新고립주의' 띄운 트럼프…"美, 4년간 초거대 기업으로 여겨야"
(中) "칩스법부터 IRA까지"…국내 업체, 트럼프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
(下)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읽기…韓 조선·방위산업 '호재'
【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재입성하면서 국내 조선업과 방위산업 등이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조선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처럼 한국의 조선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협력을 강조한 배경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미국의 조선업 쇠퇴와 중국의 거세지는 해양 패권에 한국 조선업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이를 저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조선업의 경우 1970년대 당시 연간 1천척의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1위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높은 인건비, 산업 중심의 이동 등에 따라 내리막을 걸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협력하자는 의중을 내비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중국에 해양 패권 경쟁에서 주춤하고 있는 만큼 대(對)중 견제의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활용해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는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미국 조선산업의 기반 자체가 너무 약해져 있고 중국을 견제해 해양 패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MRO 사업 수주 경쟁이 불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에 유선으로 출연해 미 해군과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을 이용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해군을 재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하루에 배를 한 대씩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그것을 다시 시작하길 원하며 어쩌면 우리는 선박 건조에 동맹국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한화오션을 포함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미포,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 분위기다.
특히 각종 선박과 군함을 건조하는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 4만5천5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밖에 방위산업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방산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미국 동맹국들이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력 강화로 이어지고, 무기 수요 증가에 따라 'K방산'의 수출 확대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방산 자국 우선주의는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국가들은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며, 이는 한국 기업의 방산 수출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나토 동맹에도 방위비 증액 압박을 넣고 있다"면서 "이에 나토 회원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K-방산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