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탄저균 백신 ‘배리트락스’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사진=GC녹십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520/shp_1621491274.jpg)
【 청년일보 】 GC녹십자가 전량 수입 의존하던 탄저균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며, ‘백신 주권’ 확립과 함께 국산 신약 39호 탄생을 알렸다.
특히 이번 백신 국산화는 국가 안보에서 중요한 생물테러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생물테러 중 하나인 탄저균으로 인한 혼란을 예방 및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 GC녹십자의 탄저균 백신 ‘배리트락스’ 품목허가…기존 백신比 부작용↓
9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전자재조합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흡착탄저백신)’의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배리트락스’는 2종의 탄저균 독소인자를 세포 내로 전달해 주는 방어항원(Protective Antigen)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백신이다.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방어항원을 통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탄저병을 예방할 수 있다.
기존 백신은 세균 배양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미량의 탄저균 독소인자가 남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GC녹십자가 이번에 개발한 ‘베리트락스주’는 단백질 항원을 기반으로 만들어 부작용을 없앴다.
또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탄저백신 접종 그룹에서 탄저균 독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항체가 충분히 생성됐다.
급성 및 중증의 이상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미한 이상 증상은 백신 접종 그룹과 위약 접종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이번 허가와 함께 GC녹십자는 탄저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어 정부의 필수 비축 수요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탄저균, 감염시 높은 치명률로 임상 3상 불가”…동물실험으로 임상 3상 대체
이번 ‘배리트락스’ 개발은 질병관리청이 주관하고 GC녹십자가 협력해 개발했으며,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탄저백신을 의약품으로 상용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질병관리청은 1997년부터 탄저백신 후보물질 발굴을 시작으로 백신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수행했으며, GC녹십자와 백신 공정개발 및 임상시험 등 협력을 통해 2023년 10월 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엄격한 심의 절차가 진행됐는데, 식약처는 전담심사팀을 구성해 ‘베리트락스’의 안전성·효과성 및 품질에 대해 집중 심사하고, 감염내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자문과 중앙약사 심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허가했다.
또한, ‘배리트락스’는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이 생략됐는데, 그 이유는 탄저균은 사람에게 감염 시 치명률이 매우 높아,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감염에 대한 백신 방어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 진행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백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동물규칙(Animal rule)을 적용해 임상 3상 시험 대체 동물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높은 탄저 독소 중화 항체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고, 탄저균 포자 공격에 대해서도 높은 생존률을 나타내 보이는 등 뛰어난 효과를 입증했다.
![탄저균 백신 개발 경과도. [사진=질병관리청]](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5/art_17441259058856_ca7afd.png)
◆ 백신 수입비용 절감 등 ‘백신 주권 확립’…“탄저균 백신 수출·바이오 발전 ‘유리’”
이번 탄저균 백신 개발 성공은 생물테러 등 유사시 충분한 물량을 즉각적으로 생산하고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통해 국가 백신 주권 확립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기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탄저백신을 국내 자급 백신으로 대체함으로써 백신 수입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로 수입해 비축해 왔던 탄저균 백신은 미국 제약사 ‘이머전트’에서 만든 ‘바이오트락스’로, 1병(10회 복용분)당 약 900달러에 달하며, 최소 5회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탄저균 백신이 필요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수출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제로 수출이 이뤄질 경우 국내 바이오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함과 동시에 GC녹십자의 중요한 ‘전략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인플루엔자-호흡기바이러스 연구회 위원)는 “2001년 탄저균 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생물테러와 관련된 대응·기능을 모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토안보부(DHS)를 만들 정도로 탄저균은 위험한 균주”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북한 때문에 생물 테러와 관련돼서 자유로운 나라가 아닌 만큼, 탄저균에 대한 대응·대비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탄저균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해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생물 테러 대응·대비에 있어 유리한 나라가 됐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엄 교수는 “탄저균 백신이 필요한 국가에게 판매가 가능해진다면 제약·바이오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GC녹십자는 창립 이래 백신과 혈장분획제제 등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앞장서 왔다”면서 “탄저백신의 국산화는 백신 주권 확보 및 국가 공중보건 안보 증진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번 백신이 생물테러감염병 예방 등 국가 위기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탄저백신 자급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생물테러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국내 자체 개발 백신 보유는 생물테러 대비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탄저백신 국산화를 통해 생물테러 등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감염병 대응을 넘어 글로벌 보건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해 탄저백신의 생산·비축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