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놓았다.
작년 12월23일 '남매의 난'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로 이 고문과 조 전무가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에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입장문에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이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외부 세력과 손 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는 선을 그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을 공동 보유하기로 하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던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다.
조 회장 본인이 보유한 지분은 6.52%로, 이 고문(5.31%)과 조 전무(6.47%)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로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조 회장은 일단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까지 합하면 33.45%가 된다.
그룹 내부에서도 '땅콩 회항'으로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킨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조 회장을 지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연합군'의 지분과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국민연금(4.11%)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 등의 표심이 미지수여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경영 비전은 물론 배당 성향 확대를 비롯한 주주 친화 정책 등 '당근'을 제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 전자투표 도입 등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일보=박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