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반도건설의 한진칼 경영참여 공시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루게 된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현재 조 회장이 유일하다.
최근 한진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될 경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 회장의 갈등이나, 조 회장의 크리스마스 ‘난동’ 사건 등 이후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조회장과 어머니의 사과로 일단락 되기는 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는 3월 주총을 치러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건설의 100% 자회사인 대호개발은 지난 10일 특별관계자인 한영개발, 반도개발과 함께 보유한 한진칼의 주식 지분이 종전의 6.28%에서 이날 기준으로 8.2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대호개발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총 28.94%이다.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그리고 특수관계인이 4.16%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현재 17.2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진그룹의 '백기사'인 델타항공도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 또한 4.11%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 한진칼 주주 현황
주주 | 주식수 | 지분율 | 시가(단위 : 억) |
조원태 | 3,856,002 | 6.52% | 1,616 |
조현아 | 3,837,394 | 6.49% | 1,608 |
조현민 | 3,828,727 | 6.47% | 1,604 |
이명희 | 3,141,137 | 5.31% | 1,316 |
한진가 기타 | 2,459,710 | 4.16% | 1,031 |
한진가 합계 | 17,122,970 | 28.94% | 7,175 |
KCGI | 10,231,640 | 17.29% | 4,287 |
델타항공 | 5,917,047 | 10.00% | 2,479 |
반도건설계열 | 4,899,525 | 8.28% | 2,053 |
국민연금 | 2,429,662 | 4.11% | 1,018 |
자료=금융감독원, 시가는 13일 종가 기준 평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8.94%와 우호지분인 델타항공 10%를 합하면 38.94%로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최근 전격적인 '반기'를 들고 나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만족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경우 가족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게 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매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KCGI, 반도건설, 국민연금과의 조합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심지어 경영권 '쿠데타'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우선, 조 회장에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이 가족경영에서 이탈한다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28.94%에서 6.49%가 줄어들어 22.45%가 된다.
만약,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끝내 "공동경영이라는 선친의 유훈을 지키지 않았다"며 동생과 등을 돌려 이탈하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특수 관계인 포함)은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마저 이탈한다고 가정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10.67%로 줄어들게 된다. 델타항공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20.67%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조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 고문의 지분을 다 합한다면 18.26% 양측 다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지만 세 모녀의 지분이 합종연횡을 통해 KCGI 측 17.29% 합친다면 35.56%에 이르게 되고, 반도건설과 8.28%와 합친다면 26.54%가 되게 된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진가와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KCGI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과는 만난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공시를 통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만큼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 회장은 1971년부터 주택건설업에 몸담았으며, 1980년 반도건설을 설립했다. 반도건설을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13위권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서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청년일보=정준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