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反) 조원태 연합군'이 재무구조 개선안과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다음달 만료되고 내년에는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도 만료되기에 한진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에 맞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내년에 또다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물론 당장 올해 조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할 경우 내년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등 총수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은 우선주를 포함해 0.01%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한진칼 이사회를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주총의 향방도 갈릴 수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음 달 한진칼 주총으로 결판나는 게 아니라 내년 3월까지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제기되는 이유다.
일단 한진그룹은 주총 전에 한진칼 이사회를 열어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대한항공 이사회를 열어 주주총회 안건과 배당 성향 확대 등 주주친화책을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한 정관을 개정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바꿨다.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처럼 정관을 변경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영권 강화를 위해 취했던 조치는 작년 3월 당시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했지만 64.1%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고, 결국 조 회장은 주주들의 손에 밀려난 사상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이에 따라 일단 대한항공에서는 내년 주총에서 작년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도록 올해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관 개정 역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올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올해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도 예정돼 있다. 다만 이들 2명의 경우 그룹 총수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만큼 사내이사 재선임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도 지난 13일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주축으로 하는 사내·외이사 후보 8명과 정관 변경 안건을 주주제안한 데 이어 한진칼 지분을 1.5%가량 추가로 매입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의결권 유효 지분은 31.98%로,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33.45%)보다 1.47%포인트 적다.
3자 연합은 일단 주주제안을 내놓고 소액주주 등의 표심 사로잡기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다만 만약 이번 주총에서 질 경우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정준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