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항공업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의 장기화로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 뿐만 아니라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이 최근 LCC를 중심으로 나오던 이른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출시하면서 관광비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화물 사업 강화를 선언하면서 항공사 간 화물 운송 사업 경쟁도 지난해보다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올 하반기까지 완료되더라도 여객 수요 회복과 국제선 노선의 운항 정상화는 내년 중반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도 항공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대한항공, ‘무착륙 국제선 관광비행’ 시작…항공사 경쟁 더 치열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일본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오는 국제선 관광비행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처음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관광비행 허가를 내준지 두달만의 일이다.
대한항공이 LCC업계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무착륙 국제선 관광비행’ 시장에 뛰어들면서 항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LCC들은 작년 8월부터 항공·관광 전공 관련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국내선 관광비행을 운항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내선 관광비행 운항이 시작됐고, 12월부터는 면세품 구매가 가능한 국제선 운항도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저조한 수익성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관광비행 운항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선 항공여행 수요가 사라진 상황인데다 여객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다른 항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관광비행에 나서자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제 관광비행은 이번이 3차 운항기간(2월 1~28일)으로 총 23편의 항공편이 운항허가를 받았다. 앞서 1차 운항 기간(지난달 12일~이달 2일)에 총 16편, 2차 운항 기간(1월 9~31일)에 총 12편이 운항한 것과 비교하면 운항 편수가 늘어났다.
항공사들이 주말 위주의 관광비행을 많이 신청하면서 국토부는 추첨을 통해 일정과 항공사를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 13·14·21·28일, 진에어 6·7·11일, 제주항공 6·19(2편)·26(2편)일, 티웨이항공 13·28일, 에어부산 6·13·17·20·24·27일, 에어서울 20·21일 관광비행 운항을 허가받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항공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항공사들이 국내선과 국제선 등을 막론하고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생존을 위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라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항공사 간 출혈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코로나 백신‧반도체 등 운송 수요 증가…화물 사업에 더욱 매진
또한 항공업계는 올해도 화물 사업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급감한 국내외 여객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등의 수송에 따른 항공 화물 수요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항공 화물 사업 강화를 선언한 곳은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달 22일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기단 규모를 축소 및 재조정하고, 항공 운송 등 핵심 역량이 아니었던 사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등 다른 LCC들은 지난해 말부터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운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LCC들은 주로 국내선 여객 수요 및 중·단거리 국제 여객 노선에 운항을 집중했지만,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국 화물 운송 확대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LCC의 이러한 행보는 대한항공의 실적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항공 화물 사업 확대를 통해 극복해내면서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4050억원,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 17% 급감한 상황에서도 흑자를 기록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흑자 달성은 화물 매출의 확대 덕분이다. 국제선 운항이 코로나19 이전 보다 30% 수준으로 급감해 전년 대비 여객 매출이 74% 줄었지만, 화물 매출은 66% 늘어났다.
◆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피하자”…고용유지 ‘안간힘’
이러한 가운데 항공업계는 최근 정부에 특별고용지원(특고)업종 지정기간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건의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인력 구조조정만큼은 피하고 휴직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고용유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항공협회는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특고 업종 지정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고, 연간 180일 한도로 묶여있는 유급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도 240일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고업종은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정부가 지정해 사업주와 근로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특고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사회 보장성 보험료 납부 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받고, 유급휴업·휴직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도 연간 18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협회는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약 12만명의 항공 근로자(누적 기준)의 고용 안정과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이제 막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2년 중반 정도는 돼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고업종 지정기간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연장 건의도 항공사들이 업종이 회복될 때까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반기까지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완료돼 집단 면역이 생기더라도 세계 각국의 면역 생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해외 여객 노선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때까지는 대형 항공사나 LCC 모두 화물 운송 사업에 집중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공사들이 인력 감축 등은 최대한 피하고 기존 인력의 고용 유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라며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은 신규 채용을 줄일 것으로 보여 항공사 취업을 희망하는 항공‧관광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취업문이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