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로 형태에 따라 감염 위험도에 차이가 있고, 감염병 장기화로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경우 소득 계층 및 고용 형태에 따라 그 충격이 다르다는 점이 근거로 지목된다.
보험연구원 소속 김동겸 연구위원은 19일 ‘감염병 확산에 따른 소득불평등 심화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득불평등도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사태에 다른 각 국의 봉쇄조치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욱 악화된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F가 전망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1.2%는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률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실업자 수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270만명 증가한 247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ILO는 또 전 세계 노동자 33억명 가운데 81%가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이러한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한편으로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직업군별로 감염에 대한 위험도에 차이가 있는 점, 감염병 확산이 경기불황으로 이어질 경우 계층별로 받는 충격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사무직·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추세이지만, 배달원·식당종업원·운수업 및 건설업 종사자 등은 이전과 동일한 근로환경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 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소득 수준이 낮다”며 “감염 시 고용 활동 중단으로 인한 소득 하락 위험이 사무직·전문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불황은 고용시장 환경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영세 자영업자, 임시직·일용직, 여성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에서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근로형태별 취업자 수 증감 현황을 언급하면서 “상용직 근로자는 (취업자 수 증감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청년, 여성 등의 경우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고 말했다.
임금 수준에 대해서도 “금융위기 기간은 2008년 1분기부터 2009년 4분기 중 상용직근로자 임금은 평균 2.4% 감소했으나, 임시일용직은 8.2% 감소했다”며 “경제위기에 따라 대규모 실업과 실질 소득이 감소할 경우 근로빈곤 문제를 심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감염위험을 낮출 수 있는 근로환경 개선 및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재택근무를 위한 환경 조성에 드는 비용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며, 이탈리아는 재택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웹사이트 개설을 통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투갈과 영국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소득상실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상병급여(Sickness benefit) 대기기간을 폐지했고, 독일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전년도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소득대체급여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은 고용 및 소득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일시적 또는 조건부로 근로시간단축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경우 이는 다시 건강불평등, 교육불평등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를 억제시키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