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창립 56주년을 맞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 ESG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의지가 차후 미래성장 동력의 디딤돌이 될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온다.
4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전날 창립 56주년을 맞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ESG 경영 강화와 친환경 기술혁신 등을 주문했다.
창립기념사에서 조 회장은 “최근 전 세계에 새로운 경영 트렌드가 되고 있는 ESG 경영과 친환경기술혁신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면서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이 이슈가 되면서 친환경적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친환경 기술과 제품, 생산공정 등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앞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면서 “VOC(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이 같은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달라지는 니즈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의 ESG와 친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현재진행형 중이다. 각 주력 계열사를 통한 ‘그린경영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사업(E)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먼저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섬유 ‘리젠’을 개발해 친환경 섬유 시장 내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리젠은 효성티앤씨의 국내 대표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로 불린다.
지난 8월에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이 ‘신(新)기업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9월초까지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친환경 챌린지를 열었다. ‘신기업가정신’은 기업이 이윤 창출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주로 ‘대나무칫솔 사용해 플라스틱 줄이기’, 모니터 해상도와 밝기를 낮추고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으로 플라스틱 줄이기’ 등 임직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세계적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국내 수소 생산을 위해 액화수소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울산공장에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액화수소 등 친환경사업 육성에 집중한 결과, 취임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액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2조7702억원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각각 42.3%, 410.2% 증가했다. 섬유·친환경소재·화학 등 주요 사업 회사들의 국내외 실적이 일제히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조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과 생필품 지원 등 그룹차원서 사회공헌활동(S)에도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효성은 지난 6월 말 중증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덴복지재단’에 시설 개선을 위한 후원금 2000만원을 기부했다. 후원금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생산 장비를 교체하고, 노후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7월에는 마포구 취약계층을 위해 20kg짜리 백미 500포대를 전달했다. 효성은 2006년부터는 국내 사업장 인근 지역에 ‘사랑의 쌀’과 김치, 생필품 등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8월엔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찾아 고령 국가유공자 10명을 위한 반려로봇 ‘파이보’를 전달했다.
반려로봇 '파이보'는 뉴스와 날씨 등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체온∙심박 측정, 복약시간 안내, 긴급 상황시 응급구조 지원을 통해 보훈대상자의 일상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재취업이 어려운 경력보유여성 등의 취업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서울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 7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효성은 2013년부터 매년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와 함께 경력 보유 여성, 중장년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여성의 취업을 지원해왔다.
효성의 지원으로 총 360여 명의 여성이 교육과 취업 지원을 받았으며, 그 중 280여 명이 급식조리사, 돌봄교사, 요양보호사, ERP 물류사무관리원 등 직군의 취업에 성공해 평균 80%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이밖에 G(지배구조)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 효성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과 주주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취임 초기부터 조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기업과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면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사회 내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담당해 온 투명경영위원회가 수행해온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심의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경영사항 의결 등의 역할 외에도 ▲ESG관련 정책 수립 ▲ESG 정책에 따른 리스크 전략 수립 ▲환경∙안전∙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투자 및 활동 계획 심의 등의 책임을 맡는다.
특히 국내 대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선례도 남겼다. 당시 재계 안팎에선 혁신이 가장 어려운 G 영역에서 먼저 변화를 불러온 셈인지라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