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들을 잇달아 전시했고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를 모색한 광경이 펼쳐졌다는 점이다.
14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CES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총 3천500여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500여곳으로, 중국(1천100여곳), 미국(700여곳)에 이어 세번 째로 많았다.
특히 삼성·LG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은 AI를 접목한 혁신 가전제품 및 기술력을 대거 선보이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자사의 AI 비전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기능들이 탑재된 ▲TV 제품 ▲가전 제품 ▲모바일 신제품들을 통해 최고의 고객경험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기술을 넘어 산업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AI를 구현하고자 10년 넘게 투자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상생활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 공감지능의 차별적 특징으로 ▲실시간 생활 지능 ▲조율·지휘지능 ▲책임지능을 꼽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AI는 고객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면서 "우리의 초점은 AI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기현 플랫폼사업센터장은 AI 기반의 미래 스마트홈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에 '공감지능' 기술을 담아 진정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이번 CES에서 양사는 나란히 AI 반려 로봇인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해 관람객으로부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는 AI 기술발전에 따른 일상의 진화를 선보인 셈이다.
'볼리'는 삼성전자의 첫 생성형 AI 탑재품으로 일상 속 크고 작은 귀찮음과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 사용자가 외출 중에는 집을 모니터링하고 홈 케어를 돕는다. 자율주행을 통해 사용자가 부르면 오고,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만능 가사생활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엔 고도화된 로봇 및 AI 기술이 적용됐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 주행기술을 통해 집안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활용도는 매우 다양하고 확장 가능성이 크다. 고객은 집 밖에서 원격으로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하며 특정 공간에만 조명을 켜거나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있다. 불필요하게 동작하는 가전을 제어하고 외부침입 등 이상상황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스마트폰 알람으로 받는다.
또한 SK그룹은 다양한 AI 기술 리더십을 소개하는 160평 규모의 'SK ICT 패밀리 데모룸'을 별도로 운영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SK ICT 패밀리 데모룸'에선 ▲차세대 AI DC(데이터센터) 모델 ▲AI 미디어 스튜디오 ▲반려동물 AI 진단보조 서비스 'X Caliber(엑스칼리버)' 등 SKT의 핵심 AI 기술을 비롯해 사피온의 최신 AI 반도체 X330,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등 총 10개의 AI 서비스와 기술이 소개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AI의 원동력 메모리반도체(Memory, The Power of AI)'를 주제로 미디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AI 시대 새장을 여는 선도 메모리 기업으로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대급 규모로 참가한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가 현대차그룹의 밸류 체인을 기반으로 완성될 수소 에너지 생태계 및 소프트웨어와 AI 기반의 대전환이 세상에 불러올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 가치와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기아는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와 손잡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개발하고 AI 기반, 사용자 중심 솔루션을 개발·제공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오너가 3세들이 총집결해 직접 현장을 누비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 광경도 펼쳐졌다.
2년 연속 CES를 찾는 최 회장은 자사부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전시부스를 잇따라 방문하며 신제품을 둘러봤다.
정 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방문해 양사의 TV와 AI 기술현황 등을 살폈다. SK그룹 부스에도 방문한 정 회장은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와 그린 에너지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올해 CES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AI를 필두로 건설기술의 미래를 제시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전기차 충전기 '이브이시스'(EVSIS) 등 회사가 보유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돌아봤다. 여기에 SK와 LG 등의 부스를 돌며 미래 기술현황도 파악했다.
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오너가 3세 전병우 상무 등도 CES 현장을 찾아 푸드테크와 로보틱스 기술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