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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대한민국 필수 의료의 멸종 위기

 

【 청년일보 】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의 미래는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지역 공공의료 투자 부족, 의료 자원의 수도권 집중 등 현재도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문제의 원인은 명확하지만, 우리는 왜 아직도 이 상황을 막을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걸까.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의료 접근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필수 의료는 최하위 수준이다. 요즘 '병원이 없어서 죽는 나라'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심각성을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정부는 두 가지 주요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공공의대 설립이다. 필수 의료 공백을 막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것인데, 이 정책은 의무 복무 이후 의료인이 남을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울뿐인 대책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지역 필수 의료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수가 인상이나 필수 의료 법적 보호, 의료사고 면책 제도 같은 핵심 개혁 과제는 논의는 있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11월에는 한 응급환자가 수도권 내 5개 응급실에서 수용 거부를 당한 끝에 4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또한 2023년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전국 평균 15%에 불과하며,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이며 지방의 경우 10% 이하로 추락했다.

 

산부인과 분만이 가능한 병원 수는 지난 10년 사이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응급, 소아, 산부인과 진료는 돈이 되지 않으면서도 고위험과 고소송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필수 의료를 지속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 이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 필수 의료 분야는 도망간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망하는 건 책임지지 않는다. 공급자는 살아남기 위해 필수 의료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라는 식의 발언을 통해 필수 의료 붕괴의 실상을 날것 그대로 전한다.

 

이는 단순히 의료진이 기피한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지 않으면 의료계는 필수 의료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실질적 책임 부재와 정책의 허점이 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값비싼 성형수술은 1주일 내로 받을 수 있지만, 정작 나와 내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중환자실 병상 하나를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해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며 근본적 변화를 미루고 있다는 데 있다.

 

단순히 공공의대를 늘리고 네트워크를 선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필수 의료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명확히 하고, 지방 공공병원에 실질적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환자가 병원 없는 밤을 헤매고 있다.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 붕괴는 더 이상 방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생명권에 대한 약속의 실패다.

 

우리가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생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현실화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 이제는 결단만이 남았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이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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