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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진로에 대한 불안, 어디까지 솔직해도 될까?

 

【 청년일보 】 “요즘 뭐 하고 있어?”

 

친한 친구가 던진 평범한 질문이, 때로는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돕니다. 무심한 안부 인사가 현재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만듭니다.

 

어릴 적에는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했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에 가까워질수록 그 답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진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할 일’, ‘남보다 뒤처지지 않을 선택’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진로에 대한 불안은 단지 ‘선택’의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성취, 조급한 사회 분위기, 결과 중심적인 시선이 이 불안을 더욱 키워갑니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데, 세상은 멈춰 설 틈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준비된 척, 괜찮은 척, 앞서 나가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 비교의 시대,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SNS에는 합격 인증, 인턴 후기, 수상 소식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타인의 진로 여정은 짧고 강렬하게 편집되어, 마치 정해진 성공 코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내 현실은 과정 투성이이고,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이 간극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결국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누구의 길도 단순하거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타인의 성공 이면에는 말해지지 않은 수많은 고민과 실패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패를 이야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불안을 드러내는 일은 아직도 ‘무능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진로 불안을 말한다는 것의 의미

 

진로에 대한 불안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를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여러 갈래 길 중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려요”라는 말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런 말이 아직도 드물고, 그래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불안을 숨기면 외롭습니다. 반대로 털어놓을 때, 공감과 연결이 시작됩니다. “저도 그래요”라는 말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큽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로라는 긴 여정을 조금 덜 외롭게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 정답 없는 시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정해진 답’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안정된 직장을 목표로 일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술 발전, 산업 변화,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입니다. 오히려 아무 고민 없이 움직이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넌 뭘 하고 있어?”보다는 “요즘 어떤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입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성취보다는 방향을 묻는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대화 속에서 우리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함께 견디는 법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 불안을 말할 수 있는 사회로

 

진로에 대한 불안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모두가 괜찮은 척 연기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그 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무너지고, 그 순간 더 깊은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안을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연대와 공감이 가능한 사회입니다. 우리가 진짜로 나눠야 할 이야기는 ‘잘된 이야기’보다 ‘잘 안됐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진로는 어쩌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지금의 내 길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방향이 분명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불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고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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